북한이 롯데관광에 개성관광 사업을 제의한데 이어 정부와 롯데관광이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지금까지 현대그룹이 독점해온 대북 관광사업에 변화가 올 것인지 관심을 끌고 있다.
9일 롯데관광에 따르면 북한 조선아태위원회는 지난달 13일과 18일 두 차례 팩스를 보내 “현대아산과 더 이상 개성관광 문제를 협의할 필요가 없으며, 김윤규 부회장과 관련한 현대의 태도는 개성관광을 포함한 쌍방 사이의 협력에 심각한 후과(後果)를 초래했다”면서 “개성에서 만나 사업을 협의하자”고 제안했다.
북한은 특히 팩스 첫 머리에 “필요하면 이 내용을 공개해도 좋다”고 밝혀 현대그룹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이에 따라 롯데관광은 최근 사업성 검토를 마치고 개성관광 사업을 추진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은 당혹해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2000년 8월 북한 조선아태위원회와 맺은 ‘경제협력에 관한 합의서’에 따라 명승지 관광사업을 포함한 7대 대북사업의 독점권은 우리에게 있다”면서 “롯데관광이 독자적으로 개성관광 사업을 진행할 경우, 사업의 시장성이 떨어지면서 불필요한 경쟁이 유발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롯데관광은 북측으로부터 단지 구두와 팩스로 사업 제의를 받았을 뿐이지만 우리는 조선아태위원회 관계자들과 지금도 협상을 진행 중”이라면서 “북한이 롯데관광에 팩스를 보냈다는 시점 역시 한달 가까이 지난 만큼 현재 북한의 입장은 당시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1998년 금강산 사업을 시작한 뒤 지금까지 약 10억 5,000만 달러를 대북사업에 투자했다. 금강산 관광대가와 개성 2,000만평 이용권, 주요명승지 관광사업 등 7대 사업의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준 돈만 해도 9억 달러에 달한다. 현대는 롯데관광이 개성공단 사업에 참여하려면 비슷한 대가를 지불하고 독점권을 얻거나 협력업체로 들어올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롯데관광측은 현대 만큼의 부담금을 부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북측과의 협상에서 이 문제가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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