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오백 쉰 아홉 돌이 되는 한글날이다. 해가 갈수록 한글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 가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올해는 국회 내에 한글날을 국경일로 지정해 기념하자고 주장하는 의원들의 움직임까지 있다.
한글을 발전시키고 국어를 다듬는 작업은 국가문화정책 차원에서 더욱 활기차게 이뤄져야 하고, 우리 글의 우수성에 대한 국민의 자부심을 심어주는 활동도 계속되어야 한다.
그런데 한글과 관련하여 우리 국민이 눈을 세계로 돌려서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바로 세종대왕을 세계에 내놓고 파는 일이다. 그 일이 의미 있고 또 가능한 이유를 한번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전세계 한국어 배우기 붐
우리는 4,000년 역사에 찬란한 문화를 자랑하지만 세계인의 눈에 탁 잡히거나 느껴지는 문화적 이미지가 없다. 그 이미지를 만들어줄 역사적 인물을 내세우지 못했다.
세종대왕을 그런 인물로 부각시키자는 것이다. 억지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세계인에게 다가갈 수 있는 역사적 인물로 오늘에 거듭날 수 있는 사람이 세종대왕이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매개체가 바로 세종대왕이 창제한 한글이다.
우리는 이순신 장군을 흠모하고 거북선과 함께 있는 그의 초상화를 그려 자랑하지만, 외국인들에게 임진왜란 때 활약했던 충무공의 이미지가 인상적으로 떠오를 리 없다. 그것은 우리나라가 일본을 뛰어넘는 부강한 나라가 된 후에 가능한 일이다.
한글은 우리의 문화를 대표하는 상징물이다. 처음 본 사람은 신기한 글자로, 이해관계나 관심이 있는 사람은 한국말을 알기 위해 한글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예를 들면 외국인 여행자가 한국의 공항에 도착하고 처음으로 보는 것은 건물보다는 한글 간판이 주는 인상일 것이다. 그 글자를 만든 사람이 500년 전 조선을 통치했던 왕이라는 사실은 세계 어느 나라 사람이 알든지 매우 인상 깊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이다.
대한민국의 국력이 커짐에 따라 우리 말을 배우려는 외국인들이 전세계적으로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 9월 한국교육평가원이 전세계 25개국 62개 지역에서 실시한 제9회 한국어 능력시험에 응시자가 2만6,000명이 넘었다고 한다. 작년보다 50%가 늘어난 수치다. 이쯤 되면 전세계적으로 한국어 배우기 붐이 일어나고 있음을 말해준다.
한국어에 대한 관심은 물론 한국의 경제력과 관련이 있다. 한국 현지에, 또는 한국과 관련된 사업체에 취직하고 싶어서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이 가장 많을 것이다.
하지만 한류가 지속되면서 한국문화를 이해하려고 한국어를 공부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안에서는 잘 감지하지 못하지만 한국문화의 확산을 타고 한글이 세계 곳곳으로 퍼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글과 연결시키면 세종대왕도 국제사회로 진출할 수 있다.
●공항 이름에도 못붙이는 현실
세종을 한국문화를 상징하는 역사적 인물로 세일즈 하려면 그 이미지를 단순화해야 한다. 우리의 사고 속에 세종은 종합선물세트 같은 인물로 들어서 있다. 한글도 만들고 과학도 진흥하고 어질고 착한 정치를 한 임금으로써 설명이 장황하게 붙는다. 그래서 우리가 세종을 외국인에게 홍보할 때도 그 간섭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7,000만명이 쓰는 한글을 만든 위대한 왕으로서의 이미지로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
국민이나 정부도 세종대왕을 사당에서뿐 아니라 광장에도 잘 모셔야 한다. 한국을 상징하는 공항 이름에 ‘세종’이란 이름을 붙이는 것조차 힘든 사회이어서는 안 된다. 사람이 많이 찾는 곳에 기념관 하나 번듯이 지을 수 있는 정부와 국가라야 한다.
세종대왕은 국제사회에 팔면 팔수록 부가가치가 올라갈 것이다. 그리고 우리 국민의 긍지도 덩달아 높아질 수 있다. 한번 해볼 만한 일이 아닐까.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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