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의 개발 및 생산능력은 그 나라 자동차공업의 수준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아무리 좋은 차를 생산해낸다 해도 탑재한 엔진이 독자 개발한 것이냐 아니냐에 따라 평가는 천지 차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의 자동차공업은 외부 기술지원 없이 독자적으로 엔진을 개발ㆍ생산한 1991년을 기점으로 한 단계 올라섰다고 봐야 한다. 그 이전까지는 현대자동차가 일본 미쓰비시자동차의 엔진을 그대로 도입해 쓰거나 기술도입을 통해 생산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 최초의 독자개발 엔진은 1991년 현대자동차가 엑센트 및 베르나 용으로 개발한 알파엔진이다. 첫 고유모델 포니를 생산하기 시작한지 16년 만이다. 독자적인 엔진 개발ㆍ생산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후 800cc급 경차 엔진에서부터 4,500cc 대형승용차용 엔진에 이르는 다양한 엔진을 개발ㆍ생산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 자동차메이커의 엔진관련 기술수준은 세계적인 유명 자동차메이커에 비해 한 단계 아래라는 것이 일반적 통념이었다. 그러나 현대가 독자 개발한 준중형급(배기량 1,800~2,400cc) 쎄타엔진은 이런 통념을 뒤집었다.
■ 2002년 개발된 이 엔진은 알루미늄재질의 엔진블록과 헤드, 플라스틱 헤드커버로 경량화에 성공, 소음과 진동을 최소화하면서 동급 최고의 연비와 출력을 자랑한다. 본격 생산하기 전 설계도와 시제품만으로 다임러크라이슬러 미쓰비시와 기술이전 및 합작생산 계약을 체결할 정도였다.
다임러크라이슬러의 기술진이 성능을 확인한 뒤 “벤츠가 설계해도 이보다 더 잘 할 수 없다”고 평가, 다임러크라이슬러와 미쓰비시가 진행 중이던 비슷한 종류의 엔진 개발을 중단했다는 후문이다. 우리 자동차회사가 로열티를 받고 엔진기술을 수출한 것 역시 쎄타엔진이 처음이다.
■ 다임러크라이슬러는 최근 미시간주 던디에 연산 42만대 규모의 쎄타엔진 전용공장을 완공한데 이어 인근에 42만대 규모의 제2공장을 건설한 예정이다. 이 엔진은 네온 세블링 PT크루저 모델에 장착된다.
미쓰비시자동차는 지난달 교토 인근의 시가 엔진공장에서 랜서 콜트 에어트랙에 장착할 연산 40만대 규모의 쎄타엔진 전용공장을 완공했다. 외국의 엔진을 들여와 복제하는데 급급했던 현대자동차가 유수의 자동차메이커에 로열티를 받고 엔진기술을 수출하게 되었다니 금석지감이 든다.
방민준 논설위원실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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