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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불평등, 윈-윈으로 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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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불평등, 윈-윈으로 풀자

입력
2005.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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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가족과 함께 시카고를 여행할 때의 일이다. 고속도로가 막혀 돌아간다는 것이 그만 흑인 밀집지역으로 들어가서 차에 기름을 넣게 되었다. 방탄유리 뒤쪽에 있는 종업원에게 돈을 먼저 내고 주유를 하는데 주위에 있던 흑인들이 힐끔거렸다. 다른 인종이라 그러려니 했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지갑에서 20달러짜리를 척 꺼내니 모두가 쳐다보았던 것이다. 그들은 모두 1달러어치만 기름을 넣고 있었다. 그제서야 한인 유학생이 말해준 악명 높은 시카고 남부의 흑인촌이 떠올랐고, 불안한 마음에 서둘러 그곳을 떠났다.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허리케인의 참상을 보면서 불현듯 그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미국의 대도시에는 예외 없이 가난한 유색인종이 모여 사는 빈민지역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뉴욕시의 할렘이다.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유색인종들은 도시로 흘러들어 단순 노동자층을 형성하고 슬럼화된 주거지역에 모여 산다.

이들의 빈곤은 20세기 초반의 유럽 이민자들이나 1930년대의 경제공황에 의한 빈곤과는 성격이 다르다. 무력감과 좌절감 속에서 현재의 빈곤을 영구적인 상태로 받아들이는 만성적인 빈곤이다.

●만성적 빈곤, 교육이 해법

흑인은 미국 전체 인구의 13%에 불과하지만 남성 재소자나 10대 미혼모의 절반이 흑인이고 20대 흑인 남성의 3분의 1이 교도소에 있거나 가석방 혹은 보호관찰 상태이다. 뉴올리언스에서 가장 저지대인 흑인 밀집지역의 1인당 평균 소득은 미국 전체 평균의 약 5분의 1에 불과하다.

차가 없거나 겨우 1달러어치 기름을 넣는 사람들에게 달리 교통수단을 제공하지 않으면서 대피하라고 한 것은 예견된 인재인 셈이다. 1960년대 민권운동에서 시작된 흑인들의 정치적, 사회적 지위가 경제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았을 때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이번 재해는 여실히 보여 주었다.

어느 사회에서나 교육은 빈곤의 사슬을 끊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간주되며 균등한 교육 기회의 보장은 평등을 추구하는 민주사회의 근간이 된다. 하지만 균등한 기회는 법적으로 의무 교육을 보장하는 것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교육의 질이나 궁극적으로는 계층, 지역, 학교 간에 존재하는 학력의 불균등을 줄여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엄연히 존재하는 교육 기회나 학력의 불균등은 눈을 감아 버린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체계적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원인을 분석하여 이를 줄여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건이 어려운 학생이나 학교에 더 많은 재원을 보조하고 교사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며 그 결과를 해마다 조사하여 공론화시켜야 한다.

최근 미국의 교육 개혁을 보면 좀더 강력한 책무성(Accountability)을 바탕으로 하여 인종, 사회계층에 따른 학력의 불균등을 줄여나가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지금까지 오랜 시간 이런 불평등에 눈을 감고 다수를 위한 정책을 편 것이 결국 교육을 중산층 백인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시녀로 전락시켜 소수인종이나 저소득층에 더 큰 불평등을 초래했다는 뼈아픈 자각의 결과이다.

●학력 불균형 해소 모색해야

정당한 방법으로 열심히 일해서 부를 축적한 것이 죄가 될 수 없는 것처럼 더 열심히 공부한 학생이 더 좋은 성적을 받고 더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은 불평등이 아니다. 문제는 소득 수준이나 출신 지역 때문에 더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는 것이다.

부자가 대물림하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 가난한 자가 열심히 일해도 부자가 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것이 불평등이다. 하지만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법은 현 정부의 정책처럼 가진 자의 것을 분배하는 좌파적 평등주의가 아니라 모두가 이기는 윈윈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 가진 罐弔?관심이나 학생들의 열성을 죄악시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김민숙 미국 로드아일랜드주립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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