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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명문의 조건

입력
2005.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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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이행 명문가 시상식이 지난달 14일 공군회관에서 있었다. 이번 시상식은 병무청이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치른 행사이다.

병역이행 명문가란 한 집안의 3대가 모두 현역으로 병역 의무를 마친 가문을 일컫는 말로 지난해에는 40가문이 병역이행 명문가에 선정됐으나 올해는 84가문이 선정됐다. 지난해에 비해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의 건강지수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기분 좋은 신호이다.

이번 병역이행 명문가 선정을 위해 6월 한 달 동안 총 357가문이 신청을 했고, 병무청은 이들 가문 구성원의 병역이행 내력을 일일이 조사했다.

행사를 준비하면서 느낀 점은 명문가의 면면들이 한결같이 평범한 우리의 이웃들이며, 이들의 성정 또한 소박하고 겸손하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이런 상까지 받는다”며 진심으로 고마워했고, 행사가 끝난 후에도 격려의 전화를 걸어와 보람을 느낀다.

올해 최고의 병역이행 명문가로 선정된 가문은 3대에 걸쳐 가족 10명이 모두 상병 병장 등으로 병역을 마쳤으며, 이들이 복무한 기간을 더해 보니 모두 311개월이었다.

그 오랜 기간 한 가족 남자 모두가 현역으로 국가를 위해 봉사를 했다는 것은 그만큼 높은 도덕성과 애국심을 지녔다는 의미로 존경받아 마땅한 일이라 할 것이다. 이들이 몸소 실천한 군 복무야말로 현란하고 거창한 논리나 구호보다 훨씬 값지고 훌륭한 애국이라 할 것이다.

이 세상에는 많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원리나 원칙이 있다. 진선미(眞善美)의 가치와 애국심, 효도 등이 그렇다. 특히 애국심은 나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고 품위를 지키며 살아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남이야 어찌되든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는 사람에게 애국심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만큼 명품에 열광하는 국민도 드물다고 한다. 경제가 어려워 실업자가 넘쳐나도 이른바 명품족들의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그런데 과연 무엇이 명품인지 그 가치를 충분히 알고 즐기는 사람은 드물다고 한다.

병역이행 명문가는 우리 사회의 명품에 대한 가치관을 새롭게 새기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도 퍽 의미가 깊은 행사라 할 것이다. 눈에 보이는 부와 명예보다는 숭고한 애국심으로 병역 의무를 성실히 이행한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진정한 ‘명품’과 ‘명문’으로서 존경받고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병무청장 윤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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