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970년대 구축된 뒤 30여년간 큰 뼈대가 바뀌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 조세체계에 대한 전면적 혁신작업에 착수했다. 대외 개방이 급속히 진전되는 상황에서 폐쇄된 후발 중진국 시절에 만들어진 현 조세체계를 계속 유지할 경우, 세수부족현상이 구조적으로 고착화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7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2004년(세수부족액 4조3,000억원)에 이어 2005년에도 세수가 당초 목표보다 4조6,000억원이나 모자라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크게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내수가 침체된 상황에서 수출주도의 경제성장이 이뤄지고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으로 관세율이 매년 인하되면서, 부가가치세와 관세 수입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재경부 허용석 조세정책국장은 “수출증가가 경제전반에는 도움이 되지만, 세수측면에서만 따지면 큰 부담”이라며 “이는 현행 조세 체계상 해외에서 소비되는 수출품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를 환급해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금년만 보더라도 수출이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부가가치세가 당초 예상보다 2조8,000억원 감소하고, 환율하락과 추세적인 세율 인하로 관세는 1조4,500억원이나 덜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재경부의 또 다른 관계자도 “대외 개방이 계속될 경우 어쨌든 현재의 세입구조로는 사회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예산이 급격히 늘어나게 될 미래의 세출수요를 맞추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세출과 세입의 구조적 불일치를 해결하기 위해 1970년대형 조세체계를 21세기형으로 바꾸는 작업에 나섰다. 이 작업은 재경부에 별도로 설치된 조세개혁실무기획단이 주도하고 있다. 실무기획단 관계자는 “중장기 조세개혁방안의 1차 초안을 8월말 청와대에 보고했으며, 최종방안은 부처간 협의를 통해 올 연말 확정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형 조세개혁 방안의 구체적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중장기적인 부가가치세율 인상 ▦연결납세제도 도입 ▦근로소득세 면세점 하향 조정 등 내용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재경부와 기획예산처 관계자들이 중장기적 차원의 부가세율 인상 방안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또 기업과세제도의 선진화 차원에서 개별 회사 대신 기업집단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연결납세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근로소득세 면세점을 낮춰 현재 전제 근로자의 50%에 불과한 근로소득세 납세비율을 70~80%까지 끌어올리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한편 중장기 조세개혁과는 별도로 당장의 세수부족을 메우기 위해 지난해 2%포인트 인하한 법인세율을 1% 포인트 가량 되올리는 방안도 여당 일각에서 구체화하고 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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