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우리 말글 지킴이'에 선정 송귀현씨/ "공기같은 우리말 아름답게 써야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우리 말글 지킴이'에 선정 송귀현씨/ "공기같은 우리말 아름답게 써야죠"

입력
2005.10.07 00:00
0 0

“한마디로 한글에 미쳐 사는 분이지요. 30년 평생 한글 전도사를 자처하며 온몸으로 실천하는 분입니다. 이런 운동하고 다닌다고 밥이 나옵니까, 돈이 생깁니까. 남에게 보이거나 무슨 이익을 바라고 한다면 오래 할 수가 없지요. 우리 말이라면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나는 보물 같은 사람입니다.”

한글학회 유운상(54) 사무국장이 이렇게 평하는 사람은 최근까지 전북 전주에서 간호사 양성 학원을 운영하던 송귀현(51ㆍ한국학원총연합회 전북지회장)씨다. 문화관광부와 한글학회는 9일 559돌 한글날에 송씨를 ‘우리 말글 지킴이’로 선정한다.

송씨는 전주 전라고 3학년 때인 1973년 12월 친구 4명과 함께 동아리 ‘가나다 모임’을 만들어 한글 사랑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대한민국 최초의 국어 운동 고교생 모임입니다. 1996년쯤까지 계속됐습니다. 한때는 한 기수가 120여명이나 됐었지요.”

이 모임은 잊혀져 가는 우리말 되살려 쓰기와 아름답고 쉬운 우리말 가려 쓰기를 추구했다. “뫼라는 단어는 산 때문에 사라지고 가람은 강 때문에 사라졌습니다. 인터넷 문화의 대중화로 우리말 황폐화는 이루 말할 수도 없지요. 국어도 아니고 영어도 아닌 국적불명의 언어가 판치는 세상이 됐습니다. 생각을 소리로 표현하는 것이 말이고 이를 글로 기록하는 것이 글자인데 서로 얽혀서 나라의 문화를 만들어갑니다.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상실해서는 안됩니다.”

가나다 모임을 이끌면서 1주일에 한번씩 모여 한글 문패 달아주기와 길거리 간판 고쳐주기 운동을 했다. “74년 고교를 갓 졸업하고는 한글학자 허 웅 선생님을 뵈러 서울로 찾아갔지요. 그 대단한 분이 기특하다고 보셨는지 우리말 관련 자료도 많이 주시고 전주로 당신 돈 들여 내려와 강의도 해 주셨습니다.”

송씨가 한글에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 돌아가신 아버지 때문이다. 한의원을 운영하던 아버지는 항상 갈근(칡뿌리)이나 진피(귤껍질) 같은 한약재 이름을 쉬운 우리말로 바꿔야 한다는 말을 자주 했다. 부친의 뜻을 받들기로 결심한 그는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한자어나 일본어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딸 이름도 큰 주체성을 가지라는 의미에서 한나(23ㆍ전북대 국문학과)로 지었다.

“한글은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데 정작 우리는 은어나 비속어를 남발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프랑스는 수학 선생이 되려면 자격시험에서 먼저 국어 과목에 합격해야 됩니다. 입시 정책에 국어 논술을 더욱 강화하는 게 방법입니다. 그래야 황우석 교수 같은 사람들이 더 나올 수 있습니다. 논술은 자기만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창의성이 바닥에 깔려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우리 말글을 지키기 위해 앞으로 교육부 ‘누리집(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두 가지 주장을 정책에 반영되도록 꾸준히 건의하겠다고 했다. “하나는 대학 입시에서 논술 시험 때 토박이말을 많이 사용할수록 가산점을 주자는 것이고, 또 하나는 논리성보다 낱말에 대한 지식을 중요하게 평가하자는 것입니다. 특히 초등학교 때부터 고유어를 많이 배울 수 있는 교재를 개발해야 합니다. 지금 제가 만들고 있는 고유어 자료집도 책으로 낼 계획입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