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사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국국어교사모임이 공동 주최하는 ‘문장 청소년 문학상’ 9월 장원 시 부문에 김별(해룡고)군의 ‘복어’, 이야기글 부문에 이문영(영파여고)양의 ‘다시, 크레센도’, 비평글 부문에 김동원(서현중)군의 ‘카트리나가 남긴 것’, 생활글 부문에 이수진(홍천여고)양의 ‘기억의 저편’이 각각 뽑혔다.
▲ 복어
김 별(전남 영광군 해룡고)
내가 어릴 적에
지금은 벌써 문 닫고 없는
할아버지께서 하시던 복탕집에 가면
우리 할아버지께서는
복어의 배를 가르고 물에 담가서
핏빛의 체액을 가만히 씻어 내리곤 하셨다.
그래도 살아 있을 때는
깊은 바닷물로 살던 복어들이
금이 간 빨간 대야에 담겨
뼈와 살이 비치도록 훤히 속을 보이며
수압이 낮아 힘 없이 흐르는
녹슨 수도꼭지의 눈물로 씻겨져야만 했었다.
(중략)
할아버지의 거친 손에는
그 흔한 장갑 하나 끼지 않으셨다.
할아버지도 저녁에 일이 끝나면
언제나 녹슨 눈물로 손을 씻었다.
바닷속 복어처럼 부풀어 오르는
내 그리운 추억의 가시 하나가
독처럼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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