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58점의 이중섭ㆍ박수근 그림에 대해 위작 판정을 내렸다. 미술계 최대의 위작 시비 사건이 마침내 검찰수사에 의해 일단락된 것이다. 이 사건은 반년 이상이나 미술계는 물론 국민적 궁금증을 일으켜 왔다.
검찰은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안목감정, 종이제작 연대 추적, 서명의 필적 등에서 모두 가짜 판정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이 조사결과가 다수의 전문가, 3개의 국ㆍ공립 전문기관, 방사성 탄소 함유량 조사 등 치밀하고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얻어진 결론임을 평가하고자 한다.
사실 이 사건은 씁쓸하고 서글픈 여운을 남긴다. 이중섭과 일본인 부인 사이에 난 차남 이모씨가 한국미술품감정협회 감정위원들을 ‘부친 유작에 대해 가짜 의혹을 제기했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가 패한 것이다.
명예로운 화가의 유족이 왜 위작사건에 휘말렸는지, 혹은 어떤 오해가 있었는지 안타깝고 유감스럽다. 박수근의 장남은 이와는 반대의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이중섭ㆍ박수근의 그림 2,000점 이상을 소장하고 있다는 고서수집가 김모씨를 맞고소 했고, 검찰이 그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수사발표는 국내에 유명작가 그림 위조조직이 활동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1991년 천경자씨의 ‘미인도’ 위작 시비가 명백히 가려지지 않은 것이 이 위조사건으로 연결됐다고 본다. 당시 작가 자신이 ‘미인도’를 가짜라고 강조했고, 몇 년 후에는 전문 위조범이 ‘그 그림을 내가 그렸다’고 주장하기도 했으나, 당국은 사실규명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가짜 그림은, 더군다나 이렇게 무더기는, 우리 문화를 신뢰할 수 없는 수준으로 추락시키는 독소이며 국제적 수치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끝까지 추적해 위조조직을 발본색원해야 한다. 위작 시비로 한동안 더 어수선했던 지금의 침체된 미술계도 이를 계기로 신뢰와 활기를 회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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