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성 전 국정원 차장이 검찰에 긴급 체포됨으로써 김대중 정부의 도청이 사실일 개연성이 높아졌다. 검찰 수사에서 새로 드러나는 사실들을 종합하면 김영삼 정부 시절 미림팀에 버금갈 정도로 DJ정부 도청도 체계적 조직적 의도적으로 이루어졌다고 여겨진다. 이것이 김 전 차장의 진술에 의해 밝혀지고 있다는 점이 특히 충격적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먼저 나서 “정권 차원의 도청은 없었을 것”이라고 예단한 것이 경솔했고, 지난 8월 국정원의 ‘고백’에 대해 격앙했던 DJ측의 반응도 우습게 돼 버렸다
국정원 차장이 도청을 지시하고 관리했다면 국정원장의 관련은 피해갈 수 없는 사실로 봐야 한다. 원장이 모르는 가운데 차장이 독단적으로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발뺌할 지 모르겠으나, 그렇다 해도 원장의 중한 책임을 벗겨주는 것이 아니다. 또한 다른 어느 기관보다도 상명하복의 원칙이 중요한 정보기관의 생리 상 차장이 원장 모르게 독자적으로 엄청난 일을 벌였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당시 재임했던 국정원장들은 “나는 몰랐다”거나 “그럴 리가 없다”는 식의 변명을 해서는 안 된다. 문제는 진실이다. 도청이 있었다는 사실이 직접 진술들을 통해 속속 드러나는 마당에 더 이상 거짓말이 통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솔직한 고백을 해주는 게 한 때 몸담았던 정권, 그리고 정권을 주었던 국민에 대한 도리이다.
정보는 활용을 위해 수집하는 것이다. 백번을 양보해 모르는 가운데 도청이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그렇게 수집된 정보는 어떤 식으로든 활용됐을 것이 분명하다. 불법 행위의 수혜자는 결국 정권인 것이다. DJ 정권 담당자들은 고개를 들 수 없는 입장이다.
검찰 수사가 중대한 시점에 들어섰다. 성역 없는 전모를 철저히 밝혀 주기 바란다. 관련 당사자들은 얼토당토않은 사족을 달려 하지 말고 수사에 모든 것을 맡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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