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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 서예가의 '나홀로 외교'/ 박을호 옹, APEC 세계 정상들에 서예작품 선물하려 구슬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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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 서예가의 '나홀로 외교'/ 박을호 옹, APEC 세계 정상들에 서예작품 선물하려 구슬땀

입력
2005.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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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의 서예가가 영문으로 쓴 서예 작품을 통해 나홀로 외교 활동을 하고 있다.

경남 진해시 자은동에 사는 박을호(85) 할아버지는 11월 18일 부산에서 개막하는 아시아ㆍ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가하는 각국 정상들에게 영문, 일문으로 쓴 서예 작품 100여 점을 기증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60년째 서예를 해 온 그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비롯해 2000년 서울 아시아ㆍ유럽정상회의(ASEM), 2002년 한ㆍ일 월드컵 때도 서예 작품 수백 점을 제작해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 위원장 등 각국 관계자들에게 기증했다.

1999년 4월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는 한글과 한자, 영문으로 쓴 8폭 병풍을 선물해 영국 대사로부터 감사 편지를 받기도 했다.

그는 한글, 한자뿐만 아니라 30년 전부터 영문, 일문으로도 서예 작품을 쓰고 있다. 외국 글자라도 혼을 담아 써 내면 세계인들에게 훌륭한 작품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신념에서다. 내용은 성경 구절과, 특히 사랑과 인내, 희망을 강조하는 글이 많다.

일부에서는 붓으로 영문을 쓴 서예 작품에 대해 “조잡하고 혼란스럽다”고 폄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박씨는 “어렵고 이해할 수 없도록 쓴 글보다 한 글자라도 제대로 읽고 마음에 새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욱 의미 있다”며 “각국에서 온 귀한 손님들이 성경에 담긴 좋은 글을 서예를 통해 보고 공감한다면 한국에 대한 인상이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실에 걸어둔 ‘진심진력(盡心盡力ㆍ마음을 다하고 힘을 다하라)’을 실천하고 있다. 그는 요즘 정상회의를 앞두고 집까지 오가는 시간이 아까워 낡고 좁은 서실에서 숙식하며 작품 활동에 몰두하고 있다. 사비까지 털어가며 표구를 하는 등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나 홀로 외교 활동’을 하고 있지만 “행복하다”고 한다.

“아흔 살을 앞두고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작품 활동이지만 기도하듯 온 힘을 쏟고 있는 이 순간이 너무나 행복합니다.”

진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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