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 발표 위작 근거
원본을 연필로 베끼면서 눌러 그린 듯한 흔적, 진품의 일부분을 발췌해서 확대해 그린 듯한 비슷비슷한 여러 점의 그림들, 1954년 작(作)에 사용된 1962년산(추정) 종이….
검찰이 이중섭 화백과 박수근 화백의 그림 58점을 ‘위작(僞作)’이라고 결론 내린 근거들이다. 전문 기관에 의뢰한 3가지 감정결과와 그림 유형분석에서 전부 위작 흔적을 찾았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안목감정 검찰은 국립현대미술관에 의뢰해 전문가 16명에게 그림의 안목(眼目)감정을 받았다. 해당 그림들에 두 화백의 작품 스타일과 특징이 드러나 있는지 눈으로 확인하는 감정이다. 감정위원은 대학교수, 화가, 화랑대표들로 이중섭, 박수근 작품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16명 감정위원은 누가 감정에 참여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각각 따로 그림을 보고 위작 여부를 판단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그 결과, 16명 전원이 위작 판정을 내렸다.
종이 제작연대 측정 감정물 58점 중 3점(이중섭 2점, 박수근 1점)을 표본으로 추출해 방사성탄소 함유량 측정으로 종이 제작연도를 추정했다. 서울대 기초과학공동기기원 연구팀이 측정을 수행했다. 측정 결과 제작연도가 1954년으로 표시된 박수근 그림의 종이가 1962년 이후에 만들어졌다는 결론을 얻었다.
종이를 만드는데 쓰인 나무의 방사성탄소 함유량이 1957년의 함유량과 일치했고, 종이 제작이 가능한 나무연령 등을 고려할 때 1962년 이전에 종이가 만들어졌을 가능성은 없다는 것. 그러나 이중섭 화백의 그림 2점의 종이는 50년대에 만들어졌을 가능성도 있어 위작여부를 밝히는 근거가 되지 못했다.
검찰은 물감의 제작연대 측정 등은 진품과 비교하는 과정에서 진품 훼손을 야기할 수 있어 감정 방법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서명 필적감정 58점 중 56점의 서명이 모두 필적위조 판정을 받았다. 감정물 대부분이 연필로 먼저 그려놓은 필적을 따라 덧그려져 불균형적인 굴곡이 많았다. 필적의 시작과 마침이 부자연스럽고 굽은 획과 굵기의 균형이 맞지 않았다.
진품 서명과 비교했을 때 특징 및 기재방법 면에서 같은 필법으로 작성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정이 나왔다. 한자와 낙관형식으로 서명된 2점은 비교할 진품 표준서명이 없어 감정에서 제외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감정했다.
유형별 분석 검찰은 이중섭, 박수근 두 화백의 화풍이 서로 다른데, 감정 대상이 된 58점(이중섭 39점, 박수근 19점)은 매우 비슷한 제작유형을 보인다는 점을 의심했다. 진품 일부분에서 발췌한 비슷비슷한 인물그림도 10점 넘게 있었다. 검찰은 “화가가 한 가지 그림을 그리기 위해 여러 습작을 만드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문제가 된 그림들은 단순히 습작들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림 뒷면에 조명을 비춰 촬영한 결과 일부 그림에서 원본을 베끼는 과정에서 나타날 법한 연필을 눌러쓴 흔적이 확인됐다. 원본을 연필로 모사한 후 채색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설명이다.
■ 올해 이중섭ㆍ박수근 미술품 위작논란 일지
▦3월2일=이태성(이중섭 차남)씨, 이중섭 50주기기념사업 추진차 미공개작 8점 서울옥션 통해 공개.
▦3월16일=서울옥션 경매서 '아이들'(3억1,000만원) 등 4점 낙찰.
▦3월22일=이태성씨 내한 해서 '경매 출품작 유족이 50년간 소장' 주장.
▦3월30일=한국미술품감정협회, '물고기와 아이' 등 경매 통해 팔린 작품 4점 위작 주장.
▦4월7일=이태성씨, 도쿄에서 '물고기와 아이' 진품 주장.
▦4월12일=감정협회 '이중섭 작품 진위에 관한 공개 세미나'서 위작주장 반복.
▦4월22일=감정협회, 한국고서연구회 김용수 명예회장이 이씨에게 가짜 그림 건넸다는 의혹 제기, 검찰수사 촉구.
▦4월25일=김용수씨, 이중섭 그림 650점 소장 주장하며 50여 점 공개, 박수근 그림 200여 점도 소장 주장. 이태성씨, 감정협회를 명예훼손 고소.
▦5월4일=박수근 아들 박성남씨, 김용수씨를 명예훼손 혐의 고소.
▦5월11일=이중섭 유족, 도쿄에서 이중섭 그림 150점 소장 주장.
▦5월13일= 김용수씨, 박성남씨와 감정협회를 상대로 무고, 명예훼손 등으로 맞고소.
▦6월9일=서울중앙지검 위작논란 이중섭ㆍ박수근 그림 감정의뢰.
▦10월7일=검찰, 전문기관 감정결과 토대로 58점 위작 발표.
이진희기자 river@hk.co.kr
■ 압수한 2,740점 처리는
검찰이 김용수씨로부터 압수한 이중섭ㆍ박수근 그림 2,740점(감정 대상이었던 58점 포함)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관심 거리다. 이 그림들은 진품일 경우 1조원 어치(검찰 추정)에 달하는 고가의 작품들이다.
검찰은 김씨가 임의제출한 58점의 그림이 모두 위작이라는 감정 결과가 나오자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김씨가 소유한 그림을 압수했다. 심지어 김씨가 다른 사람에게 넘긴 그림까지 추적해 압수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이렇게 확보된 작품은 이중섭 그림 994점, 박수근 그림 1,746점(판화 723점 포함) 등 총 2,740점이다. 검찰은 “김씨가 여전히 자신이 소장한 그림을 진품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이후에도 시중에 은밀히 유통시킬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압수품은 검찰청사에 보관하도록 돼 있지만, 문제의 그림들은 보관환경 등을 고려해 압수 직후 국립현대미술관으로 보냈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물이 고가이거나 특수시설이 필요한 물품이라면 위탁 보관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현재로선 나머지 그림들이 위작일 가능성이 높다고 볼 뿐, 위작으로 결론지은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만약 추가 수사를 통해 전문 위작범의 소행임을 밝혀내면 법원의 몰수 판결을 받아 그림들을 모두 폐기한다는 방침이다. 몰수는 범죄에 이용되거나 범죄로 얻어진 물건에 대해 국가가 소유권을 박탈하는 것인데, 문서나 도화(圖畵) 또는 유가증권이 몰수되면 폐기한다.
이 경우 김씨가 위작인지 모르고 위작범으로부터 그림을 구입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김씨가 그림을 온전하게 돌려받을 수는 없다.
형사소송법 485조는 몰수물을 환부할 경우 위조 또는 변조한 물건이라면 그 물건의 전부 또는 일부에 위조나 변조인 것을 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검찰은 그림에 위작임을 나타내는 표시를 한 뒤 돌려준다는 방침이다. 위작 그림의 추가유통을 막겠다는 취지이다.
위작범이 끝내 밝혀지지 않으면 검찰은 김씨에게 그림을 모두 돌려줘야 한다. 그러나 검찰이 진범을 밝힐 때까지 사건을 완전히 종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그림들이 다시 세상에 나오기 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 미술시장 파장/ 작품 감정의뢰 줄이어
이중섭 작품 위작관련 검찰발표가 나온 7일 미술시장은 크게 술렁였다. 시중에 떠돌고 있는 이중섭 화백 그림만 2,000~3,000여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검찰이 감정한 58점(박수근 작품 19점 포함)에 대해 모두 ‘위작’ 판정을 내림에 따라 선의의 피해자가 속출할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현재 미술전문가들이 추정하는 이중섭 진품은 350~420점, 박수근 진품은 500점 정도. 정상 유통체계를 거치지 않고 작품을 구매한 사람들은 소장품의 진위여부에 따라 막대한 재산상의 손실을 입을 수도 있어 매매당사자간 소송이 잇따르는 등 파장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화랑협회 김태수 회장은 “위작시비가 일 때부터 감정의뢰가 줄을 잇고 있다”면서 “검찰발표를 계기로 작품 소장자들의 문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충격파가 큰 만큼 미술계 내 자성의 목소리도 높다. 위작시비에 휩싸인 작품을 경매에 부쳐 판매한 서울옥션 이호재 대표가 검찰발표 직후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한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한다.
원로 미술평론가 이규일씨는 “명백한 위작을 놓고도 미술계에서 10~20년을 몸담은 전문가들인 화상 작가 평론가들이 개인적 이해관계에 얽혀 논란을 벌인 것 자체가 난센스”라며 “이번 검찰발표를 계기로 양분된 미술계가 자성하고 올바른 유통체계확립을 위해 힘을 합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소 엄중구 대표는 “오히려 이번 사건을 통해 진품 소장자는 작품에 대한 확신을 더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는 위조시비가 유야무야 끝나는 것은 불가능하고 위작은 결국 발본색원될 수밖에 없다는 선례를 남겼다”고 환영했다.
어쨌든 오랫동안 미술시장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됐던 문제점들이 수면위로 떠오른 만큼 미술계의 대대적인 혁신이 요구되고 있다.
■ 위조시비 왜 일어나나
위조시비의 직접 발단이 된 이중섭 작 ‘아이들’은 지난 3월 열렸던 서울옥션 경매에서 무려 3억1,000만원에 팔렸다. 위작시비가 일면서 구매자가 계약파기를 선언, 물어주기는 했지만 엽서 두장 크기인 2호(24X19)짜리 작품이 웬만한 집 한 채 값을 호가하는 상황에서 돈을 노린 위작제작을 근절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실제로 한국화랑협회 감정위원회가 1982년부터 2001년까지 20년간 미술작품 2,525점을 감정한 결과 745점, 약 30%는 ‘가짜’로 판정됐다. 위작은 이중섭 작품이 75%로 가장 많고 박수근 김환기 장욱진 순서다. 2002년 5월 이화백의 작품 2,500여점을 감정했을 때는 10점 중 8점이 가짜였다. 그러나 감정을 하지않은 작품도 많은 것으로 미루어 실제 위작비율은 이보다 더 높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전문 감정인 육성, 투명한 유통체계 확립 필요
문제는 위조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하더라도 위작이 발붙일 수 없도록 미술품 거래의 투명성 확보, 공신력있는 감정평가제도입, 전문위조단 색출노력 등 미술계의 거름망 작용이 있어야 하는 데 국내 미술계가 이를 간과해왔다는 것이다.
처음 위작시비를 제기한 한국미술품감정협회 최명윤씨는 “국내 유일의 경매회사가 위작이라는 감정평가를 받고서도 이를 무시하고 작품경매를 강행했다는 것 자체가 한국 미술시장의 위기를 말하는 것”이라며 “고가 미술품에 대해서는 진위 여부는 물론, 훼손정도, 역대 소장자 등까지 자세히 담은 ‘컨디션 리포트’ 작성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공인된 감정평가원이나 미술품 감정전문가의 육성도 시급하다. 외국에서는 유명 감정전문가들의 위작여부 감정이 필수코스다. 이 경우 작품가격의 10% 정도가 감정가로 작품가격에 포함된다. 국내 미술거래 풍토상 이를 구매자가 받아들일 수 있느냐도 문제다.
■ 전문위조단 검거 시급
검찰은 이번에 위작 결론을 내면서도 정작 위작범에 대한 구체적 수사계획은 밝히지않은 채 다만 ‘향후 수사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만 밝혔다. 때문에 범법행위의 결과물은 있어도 범법자는 없는 미진한 수사라는 지적도 있다.
이중섭 작품의 경우 전문가들은 국내 최대 소장처로 알려진 삼성미술관 보유분 240점과 개인소유분 등을 합쳐 420점 정도가 진품이라고 인정한다. 그렇다면 시중에 나돌고있는 수천 점의 작품 중 상당수는 위작이라는 얘기가 된다. 현재 전국적으로 5, 6개 정도의 대형 전문 위조단이 있다는 소문도 나돈다.
이규일씨는 “미술계가 이번 검찰수사에 최대한 협력한다면 위조행위를 당장 근절할 수는 없어도, 최소한 위조행위를 위축시키고 불법 유통하는 사례는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미술시장의 장기침체를 막기위해서라도 미술계가 뜻을 모아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 "진품" 주장하던 이중섭 차남 이태성씨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슬프고 화를 참을 수가 없습니다.”
이중섭 화백의 차남 태성(56ㆍ도쿄거주ㆍ일본명 야마모토 야스나리ㆍ山本康成)씨는 7일 검찰의 위작 판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낮까지만 해도 “아직 중간발표에 불과한 것 아니냐,. 더 지켜봐야 한다”며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인터뷰 요청을 한사코 거부했던 그는 밤 9시께 이중섭예술문화진흥회를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는 “무덤에 계신 아버지도 가족들을 위해 그린 작품이 지금 외면 당하고 사라지려고 하는 것을 아신다면 슬퍼할 것”이라면서 “있지도 않은 위작제조집단을 만들어내려고 하는 상황이 너무나 염려될 따름”이라고 말했다.
유족이 간여하고 있는 예술문화진흥회도 “위작이라고 판단한 모든 감정 절차, 안목감정 관계자 리스트, 판단 근거 등을 모두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진흥회는 또 “ 1년이 걸릴지 10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모든 노력을 다해 억울함을 꼭 밝히겠다”면서 “현재 일본의 국ㆍ공립대학 등 관련기관에 감정을 의뢰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지난달 이중섭 화백 49주기를 맞아 한국을 찾았을 때도 “위작 판명이 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본다”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어머니와 함께 두 살 때인 1951년 일본 땅을 밟은 그는 40년 가까이 도쿄에서 표구사를 운영하고 있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 "위작" 주장하던 박수근 장남 박성남씨
“이번 사건은 이중섭 박수근을 지키자는 차원이 아니라 우리 문화유산의 근간을 지키는 일이라고 봅니다.”
고 박수근 화백의 장남 박성남(58)씨는 검찰발표를 전해 듣고 “유족의 한 사람으로써 정말 기쁘다”고 반겼다.
박씨는 고 박수근 화백의 1남 1녀중 장남. 1986년 호주로 이민했으나 지난 여름 한국고서협회 김용수 명예회장을 박수근 작품을 위조, 유포한 혐의로 고소하고 다시 김씨로부터 무고혐의로 고소 당하면서 검찰조사를 위해 수차례 한국과 호주를 오가며 생활해왔다.
박씨는 이번 사건을 통해 유족의 기득권 만큼이나 의무와 책임도 통감했다고 말한다.
“그동안 (아버지)작품에 대한 확인서를 써주는 정도는 해왔습니다. 그러나 고인을 가장 가까이서 모셨던 사람으로서 갖고있는 정보를 자료화하고 공신력있는 감정기관에 제공해 평가에 동참하는 등의 도덕적 책무에는 소홀히 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박씨는 이중섭 유족을 겨냥한 듯 “‘내 아버지 작품은 내가 제일 잘 안다’는 올바른 유족의 입장이 아닐 것”이라고도 말했다.
박씨는 아버지가 남긴 유작을 500여점 정도로 추산했다. 박씨는 “처음엔 위작이 200여점 정도로 보따리 수준이었는데 요즘엔 트럭 째 위작이 나오는 수준”이라면서 “비단 아버지작품 뿐 아니라 우리 근대의 문화유산을 후대에 제대로 전해주기 위해서라도 1,800여점에 육박하는 시중 위작들의 유통경로나 위조범 색출에 검찰이 앞장 서 줄 것”을 요구했다.
이성희기자
■ 2,000여점 압수당한 김용수 고서연구회장
이중섭 화백 등이 그렸다는 작품을 2,000점 이상 소유한 한국고서연구회 김용수(67) 명예회장은 7일 감정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며 검찰 수사결과에 불복, 항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용수씨는 “불과 58점에 대한 안목 감정 결과를 갖고 전체 2,000여 점의 작품 진위를 미루어 판단하는 것은 심각한 오류”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그는 감정물 58점 중 3점을 추출해 실시한 종이 제작연대 측정에 대해 “탄소연대 측정방법은 오차 범위가 매우 큰 측정 방법이므로 이 방법으로 8년 정도의 시간적 차이를 단정하는 것을 무리가 있다”며 “나머지 두 점의 탄소연대 측정결과는 발표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발표된 한 점의 감정결과도 박수근 화백의 그림에 대한 것일 뿐 이중섭 화백의 그림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이중섭 화백의 경우 기존 작품을 일부 발췌하거나 똑 같이 그린 그림, 박수근 화백의 작품에 찍힌 한자 사인과 낙관은 그들의 작품이나 도록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것들이며, 눌러 그리거나 쓴 자국 역시 이중섭 화백의 독특한 기법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조윤정기자 yjcho@hk.co.kr
■ 위조 방법은
미술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위작을 그리는 사람들은 보통 실력은 있으나 그 실력을 인정 받지 못하는 작가들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나 비뚤어진 심리로 만드는 경우가 있고, 애호가지만 구입할 능력이 없어 본인이 모사를 하다가 그 그림들이 다음세대로 전해지는 경우 등이 있다.
위작을 제조하는 방법 중 가장 일반적인 것은 원작에 얇은 기름종이 같은 것을 대고 베껴 그것을 종이에 대고 그대로 모양을 내는 방법이다. 이 때는 그림 이면에 눌러 그린 자국이 남는다. 투과기로 선을 복사해서 채색을 입히는 경우도 흔히 쓰인다. 이번에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것역시 이들 방법이다.
작가의 재료나 화풍을 연구해 이를 토대로 아예 새로 작품을 그리기도 한다. 이 경우 몇 십 년간 작가의 화풍에 대해 연구한 전문가들이 선의 속도감이나 강, 약의 정도, 생략부분, 채색방법 등을 면밀히 분석함으로써 위작 여부를 가려낸다.
미술계 인사들은 최근 쏟아져 나오는 위작물량으로 보아 과거 소수의 ‘위작 전문가’ 활동수준에서 최근에는 기업형으로 조직화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조윤정기자 yj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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