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이 지면에서 강원도 정선에서 아우라지를 지나 삼척으로 넘어가는 길목의 백복령 얘기를 했다. 예전에 소금장수들이 단지밥을 해먹으며 넘던 길이다. 그런데 그 ‘백복령’을 어릴 때 늘 듣던 귓말대로 ‘백봉령’이라고 썼는데, 어느 분이 알려주어 다시 찾아보니 내 귀에 익은 말 ‘백봉령’이 아니라 그 분이 알려준 대로 가운데 글자가 기역 받침인 ‘백복령’이다.
그 백복령을 넘어온 것은 아니지만, 고등학교 시절 우리 반에 정선에서 유학을 온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가 강릉에서 자기 집이 있는 정선까지 가는 길 얘기를 하며 중간에 버스가 배를 타고 건너는 강 얘기를 했다.
강릉에서 정선으로 가자면 중간에 여랑이라는 곳을 지나야 하는데 그 곳은 강에 다리가 없어 사람도 버스도 배를 타고 건넌다는 것이었다. 바다 한가운데의 섬도 아니고, 강원도 내륙에 있는 작은 강 하나를 건너는데 다리가 아니라 배라니, 나는 그 풍경과 상황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대체 어떤 곳이기에 다리 대신 배로 버스가 다니는 것일까. 그 상상만으로도 왠지 전설적인 느낌이 들었는데, 나중에 어른이 되어 가보니 그 곳이 바로 ‘정선 아라리’의 발상지인 아우라지의 하류였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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