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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6자회담서 한국 도움 안돼"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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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6자회담서 한국 도움 안돼" 비판

입력
2005.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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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회담 과정에서의 한국측 협상 자세를 비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미간에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힐 차관보는 지난달 29일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마련한 비공개 세미나에서 자신이 한 발언이 언론에 노출돼 문제가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6일(현지시간) “한미 양국은 긴밀히 협력했고 한국은 미국 입장을 적극 지지했다”며 진화에 나섰다.

힐 차관보는 이날 미 하원 국제관계위의 6자회담 관련 청문회 참석에 앞서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으나 정작 세미나 발언의 내용에 내해선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를 전제로 했던 것”이라면서 끝내 함구했다.

이와 관련, 한국측 사정에 정통한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6자회담 과정에서 한국의 대북 정책이 너무 앞서가는 것 아니냐는 점을 지적해 왔고 세미나 발언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힐 차관보가 한국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이에 앞서 일본 산케이 신문은 5일 힐 차관보가 세미나에서 “6자회담을 하는 데 있어 한국은 미국에 별로 도움이 안 됐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전개에 대해 주미 한국대사관측은 적극적 대응을 자제하면서도 힐 차관보 등 미측의 움직임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미측의 비판에 대해 “기본적으로 얘기하고 싶지 않다”며 “(왜 그랬는지는) 미측에 물어봐야 할 사안”이라고 말함으로써 이 같은 기류를 반영했다. 역으로 미측에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산케이의 보도 내용에 대해선 “부정확한 점이 있다”고 말해 긍정 반, 부정 반의 여지를 남겼다. 힐 대사는 세미나에서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권 및 대북 경수로 제공과 관련, 한국이 미국을 견제했고 결정되지 않은 자신의 방북설이 사전에 한국에서 흘러나온 점 등을 문제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측 반응은 기왕에 베이징 공동성명이 나와 있는 시점에서 이견이나 갈등을 다시 거론하는 것은 차기 회담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공화당 등 미 의회 내 보수세력이 공동성명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상황에서 힐 차관보 등이 일종의 ‘언론 플레이’로 사전에 방어막을 치려 했던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로 이날 힐 차관보가 참석한 하원 청문회에서 헨리 하이드 국제관계위원장은 “허리케인 대참사로 주민들이 전기도 없이 지내는 상황에서 북한에 중유를 추가로 제공할 경우 엄청난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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