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국회 법사위의 국가정보원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는 안기부ㆍ국정원의 도청 문제가 핵심 쟁점이었다. 여야 의원들은 우선 김대중(DJ) 정부 시절 정권 차원의 조직적인 도청 여부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국정원 국감에서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은 “국정원이 유선중계통신망 감청장비인 R2를 이용해 감청할 때 ‘대통령 승인서’를 받아 KT측에 제출해 감청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국정원장은 4개월마다 한번씩 감청대상 리스트 승인서를 받았고, 대통령은 직접 서명했는데 이는 당시 김 대통령이 휴대전화 감청 사실을 알았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또 “김 대통령이 R2가 불법감청에 이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수도 있다”고 몰아세웠다. 같은 당 공성진 의원은 “이종찬 전 국정원장이 자신을 감청하라고 해 국정원이 감청했다면 이는 곧 수뇌부가 도청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다는 증거”라며 “김은성 전 차장이 권력 핵심부에게 보고하지 않았을 리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은 “정작 도청이 광범위하게 이뤄졌던 김영삼 정권 시절 문제는 철저히 사장시키고 공소시효가 살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DJ 시절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현저히 균형을 잃은 것”이라며 “2002년 당시 국정원 일부 직원이 한나라당에 도청자료를 유출한 것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같은 당 장영달 의원도 “당시 도청을 근절하라는 대통령 지시를 어긴 것은 지휘권에 대한 도전”이라며 일부 직원에 의한 도청이었음을 강조했다.
대검 국감에서도 한나라당 김성조 의원은 “충격적인 DJ 정권의 도청 혐의에 대해 검찰이 이미 선을 정해놓고 수사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검찰은 국정원과 교감을 통해 ‘짜고 치는 고스톱’식 수사를 하지 말라”고 검찰 수뇌부를 몰아붙였다.
하지만 열린우리당 정성호 의원은 “야당은 검찰이 한계를 두고 수사한다지만 오히려 검찰이 특정 목적을 겨냥해 수사한다는 의심이 든다”며 “마치 DJ 시절 도청이 시작돼 기승을 부렸다는 식으로 검찰이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그는 “국민의 정부 시절 국정원 개혁에 불만을 품은 일부 세력이 불법감청을 계속했을 가능성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다수 여야 의원들은 274개의 도청테이프 내용 수사에 조속히 착수하라고 검찰을 압박했다. 열린우리당 이은영 의원은 “도청 내용수사를 도대체 하겠다는 거냐 말겠다는 거냐”고 다그친 뒤 “검찰이 안 하겠다고 하면 특검을 추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한나라당 김성조 의원은 “범죄 행위의 결과인 내용 공개는 물론 이를 수사의 단서로도 쓰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종빈 검찰총장은 “테이프를 단서로 내용 수사가 가능하다는 의견과 안 된다는 의견이 엇갈려 신중히 검토 중”이라며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답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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