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보급과 함께 나타나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사생활 침해, 비방, 야유, 정보 도용 등은 디지털 시대 인권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개인의 사생활 침해를 둘러싼 프라이버시권 논의는 전통적으로 미디어와 깊은 관계가 있다. 전통적 프라이버시권의 개념은 미국에서 법적으로 처음 논의된 1888년 이후 ‘혼자 있을 권리’와 같은 소극적 성격을 띠고 있었지만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더욱 적극적인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
개인의 신상 정보에 대한 수집 분석 검색 복제 유통이 용이해지면서 개인은 디지털화한 개인정보가 어떤 기관에 의해 ‘왜’ ,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정보가 정확한 내용인가를 알고 통제하는 ‘자기정보 통제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화에 따른 프라이버시권 보호를 위해 국제기구 차원에서도 다각적인 노력이 있어왔다. 대표적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개인정보 보호원칙(1980년 제정)’, 유엔(UN)의 ’개인정보 전산화 가이드라인(1990년)’, 유럽연합(EU)의 ‘프라이버시 보호지침(1995년)’을 들 수 있다.
이들 기구가 제정한 프라이버시권 관련 원칙들은 개인정보 수집이나 이용에 대한 결정권이 어디까지나 그 개인정보의 주체인 개인에게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할 때 반드시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동의를 받을 때는 정보의 수집ㆍ이용 목적을 명시해야 한다는 ‘자기정보 통제권’을 강조하며 프라이버시권을 중요한 인권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정보 인권은 정보화 시대의 기본권으로 표현의 자유, 프라이버시, 정보 공유의 권리, 알 권리와 접근권을 강조한다. 전통적인 인권의 개념은 이처럼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정보화가 진행됨에 따라 더욱 확장되고 있다.
보다 안전하고 신뢰성 있는 정보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해 당사자들의 적극적인 사고방식과 행동규범이 요구된다.
우선 정부 차원에서는 정보시스템과 네트워크를 설계하는 단계에서부터 개인정보 침해를 막는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민간 차원에서는 자율규제를 기반으로 하는 개인정보 규칙을 제대로 이행해야 하며 시민단체는 프라이버시권 보호와 관련된 정책 개발과 적절한 집행을 민간 차원에서 감독해야 할 것이다.
프라이버시권 확보를 위한 노력은 기술적, 제도적, 교육적 측면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프라이버시권을 보호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독려하고, 제도적 차원에서는 개인정보를 수집, 이용할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근거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법 제도적인 차원에서는 개인정보의 등급화, 개인정보의 수명 설정 등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기본 원칙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공공기관 간의 정보 공동이용은 개인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인정되는 경우와 직접적인 프라이버시권 침해가 없는 범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동시에 프라이버시권 보호와 관련된 교육을 통해 프라이버시권과 관련한 정책 사안에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디지털화로 인한 개인정보의 유통은 이미 국경을 넘어서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프라이버시권 보호를 천명하고 있는 기존 국제규약을 다시 살펴보고 인터넷상 정보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 마련과 국경을 넘나드는 데이터 유통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최창섭 서강대 신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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