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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고건현상과 이명박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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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고건현상과 이명박 현상

입력
2005.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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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에서 사람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후보자를 선택할까?

우선 정당 관련 요인이다. 소속 정당이 핵심이다. 특정 정당 소속이라는 것은 유권자에게 일종의 상표와 같은 역할을 한다. 제한된 정보를 바탕으로 신속히 결정을 해야 할 때 그나마 안전한 기준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상표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보다 지방 선거에서 더 심하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정당 공천이 없었던 과거 기초의원 선거에서 어느 지역은 기호 1번, 어느 지역은 기호 2번을 배정받은 후보가 당선되는 경우가 많았다.

다음으로, 후보 관련 요인이다. 후보의 경력, 인품 또는 용모에 이끌려 투표하는 경우다. 정당은 마음에 안 드는데 후보 때문에 투표하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한편, 유권자 판단의 시간적 방향도 기준이 될 수 있다.

회고적 투표와 전망적 투표가 그것이다. 과거 업적에 대한 평가를 기준으로 하는 경우가 회고적 투표라면, 전망적 투표는 앞으로 어떤 후보나 정당이 우리 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절하겠느냐는 판단에 따른 투표다.

회고적 투표가 주류를 이룰 수도 있고 전망적 투표가 지배적일 수도 있다.

두 가지 요인이 섞일 수도 있다.

회고적 평가를 바탕으로 전망적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다.지난해 하반기 이후 여러 언론사의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는 ‘고건 현상’이 그것이다.

‘고건 현상’은 참여정부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관련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고 최근 더욱 악화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이전 조사에서 유보 층에 있던 사람들이 부정평가 층으로 이동, 부정적 평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열린우리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조차도 절반 이하만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상황이다.

고 전 총리 선호 이유를 보면 참여정부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고건 현상’의 상관성을 알 수 있다. 선호 이유는 능력, 안정감, 참신성, 대안 부재의 순이다.

65% 정도가 그의 과거 경력과 관련이 있다.

참신성을 언급한 경우는 20%다. 참여정부에 대한 회고적 평가가 안정감과 능력이라는 전망적 기대로 나타나고 있다. 자신만의 뚜렷한 컬러가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반사이익을 챙기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고건 현상’이 주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서울시장의 급부상 때문이다. 두 달 전 조사와 비교해 보면 고 전 총리 지지도는 하락한 반면, 이 시장 지지도는 상승했다. ‘이명박 현상’도 회고적 평가가 전망적 기대로 이어진 경우이다. ‘청계천 효과’가 그것이다.

‘리더십은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명제에 충실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 시장 지지층을 보면, 지역적으로는 서울과 TK(대구ㆍ경북), 3040의 고학력ㆍ고소득층 남성이 대다수를 이룬다. 이들은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성취할 수 있는 능력을 과거의 업적을 통해 보여준 사람을 찾는 층이다.

사실 유권자들의 변화하는 취향에 맞추려는 차기 대선 주자들의 실적 경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높은 당 장악력의 박근혜 대표, 외국기업 유치의 손학규 지사, 북 핵 위기 해결의 정동영 장관, 사회안전망 확충의 김근태 장관이 그렇다.

1년 넘게 차기 주자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고 전 총리도 지난해 노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대통령 직무대행으로서 보여준 안정감이 큰 자산이다.

대선까지는 2년이 넘게 남았다. 아직 아무도 모른다.

선거, 특히 대선은 시대정신과 요구를 반영한다. 그런데 이것은 하루아침에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선거 훨씬 전부터 유권자 사이에서 태동해 계속 변화하면서 선거일에 이른다. 결국, 후보가 유권자와 얼마나 시대의 가치와 목표를 공유하느냐가 선거 결과를 결정한다.

박명호 동국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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