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논현동 손톱 전문점 ‘플러스 네일’. 손끝이나 손톱을 다듬는 이 곳에는 아직은 낯선 풍경이지만, 심심치 않게 남성 고객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여자 친구와 함께 손 붙잡고 온 커플도 있지만 남성들끼리 짝지어 오는 경우도 꽤 있다.
이 업소의 남성 고객은 전체의 20% 안팎으로, 남성 고객의 방문이 늘기 시작한 것은 작년부터. 특히 한 번 손톱 관리를 받아 본 남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
재작년, 여자 친구를 따라 손톱 전문점에 처음 들렀다는 이종석(32ㆍ의류업)씨. “그냥 기다리기 지겨우니 한번 받아보라는 권유로 처음 받아봤어요. 조금 민망하기도 했는데 하고 나니 보기에도 깔끔하고 편하고, 그래서 계속 오게 됐어요. 사람을 많이 상대하는 직업이다 보니 평소에도 깔끔한 이미지를 주려고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에요.
요즘은 주로 점심 시간을 이용해요. 30분이면 되니까 식사 마치고 바로 와서 받고 가지요.” 그 날 이후 한 달에 한 번씩 꾸준히 이용하고 있다.
방문하는 연령대도 다양하다. 20~30대가 주류이지만 마사지 겸 손 관리를 받으러 오는 중장년층도 5% 정도는 된다. 대부분의 고객은 손톱 정리와 주변 굳은 살 제거, 영양제 공급 정도의 기본 손질이 목적이지만, 일부는 손톱 광택이나 색 매니큐어까지 한다.
이수영(27ㆍ플러스 네일 직원)씨가 전하는 풍경이다. “20대 중반부터 30대 초반 남성들이 가장 많아요. 영업직이나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상당수고요. 손톱 정리를 하는 분들은 시원하고 깔끔하다며 결국 발 관리까지 받고 가세요. 그 중 서비스 업계나 패션 업계에 종사하는 분 가운데는 매니큐어까지도 마다 않고요. 처음에는 저희도 깜짝 놀랐어요.”
이 지역에는 20여 개의 손톱 전문점이 밀집돼 있다. 오후 8시가 넘자 실제로 각 업소마다 남성 고객이 평균 1~2명씩은 손질을 받고 있었다. 이 일대에서는 이제 극히 자연스럽다.
“여자들이 얼굴 마사지나 손톱 손질을 왜 받는 지 알겠어요. 우울한 날 손과 발 관리를 받으니 기분 전환까지 되더군요. 여자 친구가 기분 울적할 때 머리 스타일을 바꾸면 기분이 나아진다고 하더니, 이제 그 기분을 알 것 같습니다.” 친구 두 명을 데리고 관리를 받으러 온 정진오(25ㆍC회사 사업부 직원)씨의 말이다.
손톱 관리를 하는 이유도 가지가지. 직업의 특성상 깔끔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손톱 정리를 하는 사람, 순전히 본인의 기분 전환을 위해 하는 사람 등 종잡을 수 없다.
서울 압구정 일대도 예외는 아니다. 아직 논현동 만큼은 아니지만 남성 고객이 전체의 10%는 된다고 업주들은 입을 모은다. 이 같은 경향에 대해 ‘네일 앤 네일스’의 김현주 실장은 이렇게 말한다. “사고 방식이 깨인 남성들이 많으니까, 여성들만 오는 업소라는 편견 없이 자연스럽게 방문하세요.
특히 사람을 상대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30대 초반 싱글들이 많이 오시지요. 광택기능이 있는 투명 영양제가 요즘 20대 자유직 남성들에게 인기예요.”
젊은이들의 거리만이 아니다. 지난 8월 문을 연 서울 소공동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 7층 남성복매장 한 켠에 있는 휴식 공간에도 이 같은 추세에 발맞춰 40여평 규모의 뷰티 코너가 만들어졌다.
남성들을 위해 형형색색의 매니큐어가 진열된 네일 바를 비롯, 발 마사지 서비스 까지 받을 수 있게 돼 있다. 장혜진 경영지원실 홍보담당 과장은 “아직은 남성 고객이 10%밖에 안 되지만 앞으로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멋을 위해서라면 턱을 깎고 코를 높이는 성형 수술도 마다 않는 남성들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꽃꽃이나 요리를 배우러 다니고 십자수를 놓는 남자도 주변에 한두 명씩은 있다. 남성들이 아내의 화장품을 얻어 바르지 않은 지는 오래됐다. 최근에는 남성용 팩까지 출시돼 인기다.
옥션에 따르면 지난 1년 사이 남성용 마사지 크림, 팩, 헤어 용품 등 남성용 화장품류 구매량은 2.5매 증가했다. 피부 관리에 신경 쓰는 남성들이 늘어나면서 남성 소비자들이 최근 하루 평균 470여 개의 마사지 크림, 팩 등 스킨 케어 용품과 바디 및 헤어 용품을 구입하는 것으로 옥션은 집계했다.
도시 거주 남성이 여성적 라이프 스타일에 관심을 기울이는 새 물결, 매트로 섹슈얼 트랜드. 이제는 그들의 일상을 유혹한다.
조윤정기자 yj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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