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국회 법사위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는 이용훈 대법원장이 취임사에서 밝힌 ‘과거사 재조명’을 놓고 여야 공방이 벌어졌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사법부의 과거사 정리는 국민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환영하며 재심특별법 추진 등을 통해 재심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반면 한나라당측은 “사법부의 과거사 청산이 자기 반성을 넘어 현 정부와의 코드 맞추기 등 정치적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리당 이원영 의원은 “과거의 잘못된 판결을 바로 잡는다고 해서 권위가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진정한 국민의 신뢰를 얻게 될 것”이라며 “법원은 불행했던 과거로 인해 고통 받은 사람들을 위해 재심을 확대, 과거사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이은영 의원은 “재심을 인권보장의 유력한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자 형사소송법 원칙에도 부합한다”며 “하지만 우리나라의 형소법과 판례가 너무 경직돼 있는 만큼 재심 사유 확대를 위한 입법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성호 의원은 “대법원장의 과거사 재조명 발언은 사법부 독립과 권위를 회복하려는 취지”라며 “과거 독재의 향수에 젖어 사법부 독립 운운하며 오히려 독립을 해치려는 데 흔들리지 말라”며 야당을 겨냥했다.
반면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은 “이용훈 대법원장이 인사청문회 때는 과거사 청산문제에 소극적 입장을 보이다 취임하자 마자 말을 바꾼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졌다. 그는 “대통령의 8ㆍ15 경축사, 대법원장의 취임사, 여당의 재심특별법 추진 등 일련의 과정을 보면 대법원장이 정권과 의견을 교환한 느낌이 든다”고 주장했다.
김성조 의원은 “대법원장이 무리하게 과거사를 정리하겠다고 해서 서울중앙지법만 해도 10만 페이지에 달하는 공안 시국 사건 판결문을 이틀 안에 택배로 송부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냈다”며 “이 같은 무리수는 대법원이 현 정부와 코드를 맞추기 위해 시그널을 보내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재경 의원도 “시국 공안 판결문 수집은 대중영합적이고 무원칙한 접근”이라며 “판결문을 분석해서 이런 이런 게 잘못됐다고 선언하고 다시 재판하겠다고 나선다면 사법 신뢰는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의원들의 공방은 뜨거웠지만, 손지열 법원행정처장은 “과거 공안 시국 사건 판결문은 수집하고 있지만 아직 어떻게 처리할지는 결정된 바 없다”며 “재심 요건 완화는 법적 안정성 차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는 원론적 답변을 되풀이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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