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과거와 닮아있다”는 대만의 거장 허우 샤오시엔(侯孝賢.58) 감독이 지속적으로 말해 온 주제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그의 새 영화 ‘쓰리타임즈’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1911년, 66년, 2005년을 배경으로 하는 세편의 이야기를 하나의 영화로 엮어 그 속에서 대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비정성시(非情城市)’로 대표되는 그의 작품은 외성인과 내성인의 갈등 등 대만이 거쳐 온 격동의 역사를 늘 비껴가지 않고 있다.
수많은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하며 대만영화의 전성기를 이끈 그는 부산국제영화제와도 특별한 인연을 이어 왔다. 특히 올해는 부산영화제가 아시아 영화인재 양성을 위해 문을 연 ‘아시아 필름 아카데미(Asia Film Academy)’의 초대 교장을 맡았다.
- AFA에서 젊은 영화학도들과 수업하는 소감은? 학생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점은 무엇인가?
“올해가 첫 회인데다 일정도 21일로 넉넉하지 않아 시간이 부족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아시아 각국에서 지원한 180여 명의 쟁쟁한 영화학도들 중 지금 28명이 나와 함께 영화제작 전반에 대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모두 뛰어나다. 10일부터 학생들은 직접 촬영을 시작하는데 촬영에 나흘밖에 주어지지 않은 점이 아쉽다. 학생들에게 객관적인 영화지식을 가르치기보다는 자신만의 창조적인 세계를 가지라고 강조하고 있다.”
-'쓰리타임즈'에서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를 한 편에 담은 이유가 있는가?
“역사는 현대를 다른 각도로 이해하는 방법이다. 현재는 과거와 놀랍도록 닮아 있다. 1911년은 신해혁명으로 중국대륙의 전제정치가 끝난 해이고, 66년은 문화혁명이 있었던 해다.
2005년 현재는 미국의 영향력이 날로 강해지고 있다. 언뜻 보면 이 세 가지 사건은 인과관계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가만 들여다보면 모두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그 점을 말하고 싶었다.”
- 늘 대만의 특수한 시대 상황을 배경으로 한 자전적 이야기를 영화화 하는 이유가 있나.
“나는 역사의 격변기를 몸소 겪었다. 중국에서 대만으로 이주해 온 후 경험, 그리고 지금 대만이 겪고 있는 특수한 사건들은 늘 내 영화의 주제다. 최근의 예를 들자면 요즘 대만 남자 8명 중 한 명은 필리핀 등 동남아인과 결혼을 한다.
미국자본으로 세워진 공장에서 값싼 임금을 받고 일하는 남성 노동자들이 외국인 신부를 맞아들이는 것이다. 이런 것이 다 내 영화의 소재다. 다만 나이가 들어 생각이 좀 더 자유로워지면서 소재의 폭이 다양해지고 있다고는 말할 수 있다.”
- 부산국제영화제와는 특히 인연이 깊다. 한국영화와 부산국제영화제의 발전을 위해 조언을 한다며.
“한국영화는 지금 부흥기다. 4년 전 한 포럼에 참가했는데 당시에도 한국 영화인들은 한 때 전성기를 누렸으나 지금은 도태되다시피 한 대만 일본 홍콩 영화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고심하고 있었다.
한국영화가 발전하려면 상업 영화 뿐 아니라 비주류 영화도 장려해 영화산업 전반에 끊임없이 자극이 되도록 해야 한다. 영화 인재 교육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축이 부산국제영화제다.
영화제의 분명한 특징과 색깔을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자면 AFA를 강화해 아시아의 젊은 감독 발굴에 치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부산=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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