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정선 소금장수의 단지밥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정선 소금장수의 단지밥

입력
2005.10.05 00:00
0 0

강원도는 다른 곳보다 높은 고개가 유난히 많다. 밖으로 널리 알려진 고개만 꼽더라도 진부령, 미시령, 한계령, 구룡령, 대관령, 삽당령, 그 아래로도 줄줄이다. 그 중에 정선에서 아우라지를 지나 삼척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백봉령’이란 고개가 있다. 예전에 소금장수가 넘던 길이다. 정선 아라리에도 ‘우리 낭군 소금 사러 백봉령 넘어 강릉 삼척 갈 때’라는 말이 있다.

소금짐은 그 부피만큼의 돌짐이다. 갈 때는 빈 지게로 가지만 올 때는 며칠 소금짐을 지고 인적도 없는 백봉령을 넘어야 한다. 밥도 길 위에서 해먹는다. 솥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작은 오갈단지를 가지고 다니며 거기에 밥을 해 소금을 반찬 삼아 먹는다.

그건 민가가 없는 백봉령에서만이 아니라 소금을 사러 나간 강릉 삼척에서도 그랬다. 소금장수가 돈 헤프게 주막에서 먹고 잘 수는 없고 민가 빈방 하나를 얻어 잘 때 주인이 반찬은 나눠줘도 그 집 식구들만 먹는 ‘한솥밥’은 절대 퍼주지 않아 마당가에서 따로 ‘단지밥’을 지어 먹었다.

지금은 넓은 길이 뚫렸다. 언제 한번 백봉령을 걸어 넘어볼 생각이다. 넘다가 중간에서 소금반찬으로 단지밥도 지어먹어볼 생각이다.

소설가 이순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