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는 다른 곳보다 높은 고개가 유난히 많다. 밖으로 널리 알려진 고개만 꼽더라도 진부령, 미시령, 한계령, 구룡령, 대관령, 삽당령, 그 아래로도 줄줄이다. 그 중에 정선에서 아우라지를 지나 삼척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백봉령’이란 고개가 있다. 예전에 소금장수가 넘던 길이다. 정선 아라리에도 ‘우리 낭군 소금 사러 백봉령 넘어 강릉 삼척 갈 때’라는 말이 있다.
소금짐은 그 부피만큼의 돌짐이다. 갈 때는 빈 지게로 가지만 올 때는 며칠 소금짐을 지고 인적도 없는 백봉령을 넘어야 한다. 밥도 길 위에서 해먹는다. 솥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작은 오갈단지를 가지고 다니며 거기에 밥을 해 소금을 반찬 삼아 먹는다.
그건 민가가 없는 백봉령에서만이 아니라 소금을 사러 나간 강릉 삼척에서도 그랬다. 소금장수가 돈 헤프게 주막에서 먹고 잘 수는 없고 민가 빈방 하나를 얻어 잘 때 주인이 반찬은 나눠줘도 그 집 식구들만 먹는 ‘한솥밥’은 절대 퍼주지 않아 마당가에서 따로 ‘단지밥’을 지어 먹었다.
지금은 넓은 길이 뚫렸다. 언제 한번 백봉령을 걸어 넘어볼 생각이다. 넘다가 중간에서 소금반찬으로 단지밥도 지어먹어볼 생각이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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