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초 베이징(北京)에서 열릴 5차 6자 회담의 지향점이 분명해지고 있다. 폐기 대상 핵 시설 및 프로그램에 대한 북한의 ‘고백’과 이에 따른 관련국들의 상응조치가 회담 목표로 설정되고 있다.
반기문 외교부 장관은 5일 “정부는 북한 핵 폐기와 상응 조치간 순서 등 연계 구도를 설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4차 회담의 9ㆍ19 공동성명이 북핵 폐기와 상응조치라는 ‘말 대 말’의 약속이기 때문에 5차 회담에서는 약속을 실행으로 옮기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도 4일 “공동성명의 첫 이행조치는 북한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 전부에 대한 누락 없는 완전한 신고”라고 말했다.
결국 5차 회담에서 폐기 이행의 첫 단추를 꿴다는 것이 한미 양국의 공감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단추를 꿰는 방식과 속도에서는 미묘한 온도차가 감지된다.
힐 차관보는 “북한의 완전한 공개여부는 누적된 불신극복의 척도”라고 말했다. 북한이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을 포함한 모든 핵 프로그램을 시인하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이는 고백의 수준이 미국의 상응조치 수준을 결정하며, 만족할 만한 답변이 없으면 회담 진전은 기대할 수 없다는 ‘정면승부’ 의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은 미국 입장에 공감하면서도 회담의 생산성과 효율성에 주목한다. 한 당국자는 “장외의 북한은 9ㆍ19 성명을 통해 해결의 틀 속으로 들어왔다”며 “바로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6자회담이 끝나기 이전에 핵 폐기가 이뤄지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사실 미국도 핵 프로그램에 대한 북한의 속 시원한 고백이 나오기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있다. 힐 차관보가 “한차례 회의 후 큰 합의가 있을지 여러 차례 회의 때마다 작은 합의가 나올지는 예측할 수 없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미 양국은 이르면 다음주부터 시작될 힐 차관보의 한국 및 중국 방문, 송민순 외교부 차관보의 미국 및 중국 방문을 통해 입장을 조율하고 회담전략을 구체화할 것이다.
특히 한국 정부는 미국 등 회담 참가국들이 5차 회담 이전에 능동적으로 대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북 관계 개선에 대한 미국의 의지가 담긴 조치를 기대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5차 회담의 전도는 밝아질 것이다. 이런 가운데 힐 차관보의 방북이 성사된다면 북핵 폐기 이행 문제는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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