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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날 미치게 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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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날 미치게 하는 남자

입력
2005.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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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여자를 미치게 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너무나 사랑스러워 견딜 수 없게 하거나, 여자의 끈적한 시선을 외면한 채 딴 여자에게 한 눈을 팔거나.

하지만 ‘날 미치게 하는 남자’(원제 Fever Pitch)의 남자 주인공 벤(지미 팰론)은 바람도 아닌 취미 생활에 병적으로 몰두하며 연인 린지(드류 베리모어)를 미칠 지경에 몰아넣는다.

학생들의 현장 견학을 지도하던 교사 벤은 경영 컨설턴트 린지를 운명처럼 만난다. 벤은 야구장 1년 입장권을 빙판 길 위에서 맨발로 반길 정도로 못 말리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신도(神徒). 린지는 승진을 목숨처럼 여기는 일 중독자다.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 같은 둘의 사랑은 주위의 예상을 깨고 순조롭기만 한다. 이유는 야구 시즌이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

메이저 리그가 개막하고 야구 문외한이었던 린지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역사에 조금씩 눈을 떠가며 재미를 붙이나 업무는 엉망진창이다. 사랑과 일, 두 마리 토끼를 놓치지 않으려는 린지는 노트북을 들고 야구장서 야근을 하지만, 그녀에게 날아오는 것은 벤의 무관심과 파울 볼이다. 급기야 데이트 때문에 명승부를 놓친 벤은 린지를 나무라고 결국 두 사람은 남남이 된다.

영화는 두 남녀의 이야기와 레드삭스의 경기 장면을 적절히 모자이크하면서 사랑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사랑은 레드삭스처럼 ‘패배’의 쓰라린 상처를 안겨주기도 하지만, 참고 기다리고 믿으면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우승’의 순간을 선사한다고 말한다.

레드삭스 팬이라면 86년 만에 월드시리즈를 제패한 지난해의 감동이 되살아 나겠지만, ‘밤비노의 저주’(홈런 타자 베이브 루스가 이적한 뒤 레드삭스가 한번도 우승하지 못한 징크스)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관객이라면 좀 시큰둥할 듯.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과도 같은, 사랑은 서로를 이해하고 양보해야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교훈적인 결말도 좀 낯간지럽다.

‘덤 앤 더머’(1994)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1998) 등에서 날 것 그대로의 ‘화장실 유머’에 집착했던 바비 패럴리, 피터 패럴리 형제가 감독했다. 예전의 지저분한 웃음과 달리 풋풋하면서도 상큼한 사랑이야기가 의외로 잔재미를 준다. 7일 개봉. 12세.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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