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3일 ‘텍사스 사단’의 일원인 해리엇 마이어스(60ㆍ여) 백악관 법률 고문을 연방 대법관에 지명한 데 대해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민주당과 진보 성향 인사들이 재판 경력이 없는 마이어스 지명자에 대한 섣부른 공격이나 비난을 자제하고 있는 반면 보수 진영에서 그의 보수적 색채가 뚜렷하지 않다며 부시 대통령의 인선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보수 단체인 내셔널 리뷰 온라인의 관계자는 “마이어스 지명은 자발적 실수”라며 “존 로버츠 대법원장 지명으로 대법원내 기존의 보수, 진보 균형이 유지됐다면 부시 대통령은 이번에 그 균형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기회를 가졌었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이 대법원을 확실히 보수화할 수 있는 기회를 살리지 못했음을 지적한 것이다.
역시 보수 성향인 케이토 연구소 마크 몰러씨는 “정치적 입지가 약해진 부시 대통령이 널리 알려진 헌법주의자들을 제쳐두고 정체가 분명치 않은 측근 인사를 지명했다”고 날을 세웠다. 이들은 부시 대통령이 낮은 지지율 때문에 헌법 철학을 놓고 민주당과 한판 승부하려던 계획을 포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자신들의 대표가 대법원에 진출하기를 기대해 왔던 히스패닉계도 “부시 대통령이 능력 있는 히스패닉계 판사, 변호사, 법대 교수를 다시 무시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비해 민주당 의원들은 찬반 입장 표명은 유보한 채 향후 상원 법사위 청문회 과정에서 마이어스 지명자를 철저히 검증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법사위의 민주당 대표격인 패트릭 리 의원은 “청문회의 핵심은 마이어스가 부시 정부와 관련된 사안에서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느냐를 보는 것”이라면서 “마이어스가 대법원내 균형을 파괴할지를 면밀히 살필 것”이라고 예고했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대표는 마이어스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기도 했으나 민주당의 전반적 기류를 감안하면 마이어스 지명자에 대한 인준은 쉽지 않은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