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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 결혼 유감 (1)

입력
2005.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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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가족 관계를 둘러싼 오늘날의 변화를 보면, 여성과 남성이 혼인을 통해 형성하는 현재의 일반적인 가족제도가 얼마나 더 오래 유지될 것인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 오랜 제도와 그 안에서의 부부 갈등이라는 문제는 근본적으로 몇 세대 전의 그것과 별다른 바가 없다.

필자가 30여 년 전에 처음 상담실에 앉았을 때 평생 남편의 여자들 때문에 고통받아온 중년 여성의 하소연을 들었고, 며칠 전에는 인터넷 동호회에서 만난 미혼의 여성과 연애 중이라는 남편을 어찌해야 하느냐는 젊은 아내와 상담을 했다.

배우자의 외도, 경제적 갈등, 양가의 문화적 차이에서 기인하는 문제, 성격 차이라고 뭉뚱그려 이야기하는 개개인의 미묘한 심리적 문제 등 결혼과 가족 제도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변화 없이 지속하여 왔으며 문제의 내용도 크게 달라진 바가 없으나, 한편으로 부부를 중심으로 한 결혼과 가족제도 자체가 심각한 도전과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것 또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여성과 남성의 갈등, 세대 간의 갈등이 사회·경제·문화적인 변화들과 충돌하면서 폭발적인 양상을 드러내는 곳이 오늘날 가족 그 내부인 것으로 보인다.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라는 말이 공공연하지만 아무도 스스로 무덤을 파거나 무덤을 향해 걸음을 재촉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누군가의 일방적인 눈물과 희생이 아니라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는 가운데 평등한 부부가 다음의 건강한 세대를 키워내는 곳이 가정이어야 한다. 문제는 지금까지 가부장적인 문화와 관습 속에서 눈물과 희생을 치러야 했던 대상이 주로 아내와 어머니, 딸들인 여성이었다는 점이다.

또 한 가지 언급하고 싶은 것은 결혼과 가족을 이루어 살아가는 과정에서 어쩌면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헌신과 자기희생에 대한 외면과 비웃음이다.

단편적이기는 하나, 일부일처제에 대한 비아냥이나 ‘자식 때문에 내 인생을 희생하지는 않겠다’는 몇몇 젊은이들의 이야기는 자녀의 대학입시에 모든 것을 거는 부모들만큼이나 답답하게 보인다. 고민과 준비 없이 덜컥 부모가 되는 것이나 자녀에게 매이는 것이 싫어서 혹은 두려움 때문에 출산을 거부하는 것도 문제다.

부부 갈등이나 가족 문제는 비슷한 양상이어도 속내는 제각각이어서 범주화시켜 이야기하기에 적절치 않은 주제이지만, 사회 전체의 건강을 위해 이 문제를 터놓고 이야기할 때다.

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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