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에는 중간중간 휴게소가 있다. 그곳에서 쉬거나 기름을 넣거나 음식을 사먹는다. 그러나 국도는 휴게소 외에도 길 양편에 길과 붙어 있는 집 거의 모두 음식점이다. 내가 자주 다니는 경춘가도와 양평 가는 길 역시 그렇다.
그 길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지 모르지만, 저 많은 음식점들 모두 장사가 될까 저절로 의문이 간다. 많은 나라를 다녀본 것은 아니지만 어딜 가도 우리처럼 길 위에 음식점이 많은 나라도 없을 것이다. 도처에 먹는 집들뿐이고, 한밤중까지 문을 여는 곳도 먹는 집들이다.
굽이굽이 산골짜기 속에도 어김없이 음식점이 있다. 처음엔 작은 규모로 하다가 조금 소문이 나면 규모를 늘리고, 비슷한 음식점이 하나 둘 들어와 원조 경쟁을 하다가 그 중 몇 집은 문을 닫고 만다.
사정은 도시라고 해서 별다르지 않다. 당장 우리 동네를 보더라도 주택가인데도 길가에 있는 세 집마다에 음식점 하나, 부동산중개소 하나, 미장원 하나씩은 꼭 끼어 있다. 사람들은 입버릇처럼 정치를 잘못해 경기가 안 좋아서 장사가 안 된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경기 이전에 구조적으로 파이 접시 하나에 너무 많은 포크가 매달려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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