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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 3세 이붕언씨 "재일동포 1세 삶, 더 늦기 전에 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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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 3세 이붕언씨 "재일동포 1세 삶, 더 늦기 전에 담고 싶었다"

입력
2005.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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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 3세 사진가가 사라져 가고 있는 동포 1세들의 삶을 담은 사진집을 출간한다.

이붕언(46)씨는 3년 반 동안 북쪽의 홋카이도에서 남쪽 가고시마까지 일본 전역의 재일동포 1세 90명을 만나 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고, 이 달 중순 사진집 ‘재일 1세’를 발간한다.

사진집에는 후지산과 나가사키 평화기념상을 배경으로 한복을 입고 서 있는 할머니들,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는 노부부 등 주름이 깊게 패인 동포 1세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70~90대의 동포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만나 취재하고 찍은 사진집은 동포 1세들이 어떻게 일본에서 살아왔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9월 28일자 재일본 대한민국민단 기관지인 민단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재일동포 1세들의 사망 소식을 들을 때마다 그들이 겪은 태평양 전쟁의 체험과 여러 기억이 희석되어 가는 것이 아쉬웠고, 그래서 그들의 존재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진 촬영을 위해 동포 1세들과 신뢰를 쌓는 일부터 시작했다. 대부분의 동포 1세대들은 배우자를 잃고 혼자 살고 있었다. 인터뷰 동안 긴 시간을 들여 정성스레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의 거리를 좁혀나갔다.

때로는 할머니들에게 공부가 부족하다는 꾸중을 듣기도 했다. 그는“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재일동포의 역사와 남과 북의 사상 등에 대해 충분히 연구하지 않았던 것을 자주 후회했다”며 “한 동포 1세와의 인터뷰 도중‘재일동포는 바다를 표류하는 나그네, 본토 한국인이 될 수 없어 돌아갈 곳조차 없다’는 말을 듣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사진집에는 이씨의 큰어머니와 친척 사진도 실린다. 남의 사진만 싣는 것은 자신이 재일한국인이라는 사실을 피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다.

이씨는 여름방학 때는 3명의 자녀와 함께 촬영 여행을 다녔다. 그는 “아이들이 여행을 통해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점, 풀 죽지 말고 피하지 말고 살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사카에서 태어난 이씨는 1979년 일본사진전문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도쿄에서 ‘스튜디오 리’를 운영 중이다. 80년 한국을 처음 찾았던 이씨는 3년 동안 한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고 이렇게 모은 사진으로 83년 첫 개인전‘애호(愛號)-조국 한국’을 열었다. 이 전시회 때 이씨는 처음으로 한국 이름을 사용했다.

이씨는 “젊은 재일동포들이 사진집을 통해 자신의 뿌리와 존재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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