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가을에 만난 평양은 일견 활기차 보였다.
오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60주년 기념행사를 앞두고 거리 곳곳은 기념식 준비로 부산했다. 김일성경기장, 전승기념관 등 시내 중심가 넓은 빈터 어디에서나 행진연습이 한창이었다. 평일 낮임에도 불구하고 흰 셔츠로 통일해 입은 수많은 평양 시민들이 횃불 모양의 막대나 분홍 꽃다발을 들고 줄을 맞춰 걷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실제 기념식이 열리는 곳은 평양의 주요 기관이 몰려 있는 대동강변 김일성광장. 그곳에선 전력난을 비웃기라도 하듯 대낮임에도 전광판을 환하게 켠 채 기념식 준비를 하고 있었다. 북측 안내원은 “당 창건일에는 평양 시민 수십만 명이 운집하는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며 “2003년 9월 9일 공화국 창건일 이래 2년 넘게 보지 못했던 무력시위도 선보일 것“이라고 자랑했다.
아리랑공연을 보기위해 평양을 찾는 사람들도 크게 늘었다. 북측 안내기관 관계자들은 “매일 수백 명씩 오는 남측 사람들과 외국인들로 숨 쉴 틈도 없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긴 평소 1주일에 고작 2차례 베이징(北京)과 평양을 오가던 항공편은 하루에 2차례로 늘었고, 남측 전세기는 하루 1~2차례씩 단체관람객을 실어 나르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경제난은 여전한 것 같았다. 평양 전체의 풍광은 여전히 어두웠고, 식량배급이나 공장가동률 등 전반적인 경제상황도 부진하다며 북한 당국자들은 하나같이 조바심을 냈다. 한 관계자는 식량 배급을 크게 늘렸다는 보도에 “잠시 재개하는 것일 뿐”이라고 귀띔했다.
북측 민족경제협력위 관계자들이 평양대마방직 개업식 참석차 지난달 30일부터 3일까지 3박4일간 평양에 머물렀던 100여명의 남쪽 민간기업인들에 공을 들인 것도 이해할 만 했다. 겉으로는 투자설명회를 내켜 하지 않은 표정이었지만 막상 투자상담이 벌어지자 자진해 궁금한 문제를 남측 기업인에게 묻는 등 열성이었다.
북측 관계자들은 입이라도 맞춘 듯 “우리가 힘든 건 부인하지 않겠다”며 “그렇기 때문에 남측이 같은 민족이라는 마음으로 도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앵무새처럼 되뇌었다. 한 고위 관계자는 “신용장 열고, 돈 먼저 주고 사업하려면 중국과 할 수도 있겠지만 남쪽과는 그런 것 없이 믿음과 신뢰만 있으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평양 외곽 평야지대는 온통 황금 빛으로 물들었다.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면 들녘 어디에서건 ‘가을 추수 전투에로’라는 붉은 구호와 깃발 아래 가을걷이에 나선 농민들을 만날 수 있었다. 북측 관계자는 “올해는 날씨도 좋았고 비료도 충분했던 만큼 수확량이 지난해와 비교가 안될 것”이라며 기대에 부풀었다.
평양=정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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