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최근 오랜 진통 끝에 내놓은 ‘경영혁신 추진안’(이하 경영혁신안)이 4일 열린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집중 난타를 당했다. 더욱이 KBS 내부 구성원들도 “핵심이 빠진 껍데기”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최종안 마련까지 심각한 진통이 예상된다.
KBS가 조직과 업무 전반에 관한 이른바 ‘토털 리뷰’를 거쳐 지난달 20일 내놓은 경영혁신안은 크게 공영성 강화, 비용절감 및 효율성 강화, 신재원 창출, 창의적 디지털조직 구현 등 4개 부문으로 나눠 40여 항목의 추진과제를 담고 있다.
안팎의 관심을 모았던 인력감축의 경우 신규채용 억제, 명예퇴직 실시 등을 통해 2010년까지 15%를 줄여 인건비 비중을 현재의 36%에서 30%로 낮추고, 당초 직종간 장벽 등 비효율적 인력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본부 체제를 센터로 전면 전환하려던 계획은 현행 방송법과의 상충, 내부혼란 우려 등을 이유로 일부 센터만 개편해 시범 운영하는 절충안으로 가닥이 잡혔다. KBS는 이를 토대로 노사협의와 이사회 승인을 거쳐 이달 말 혹은 내달 초까지 최종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4일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은 경영혁신안에 대해 “근본적인 개혁을 통한 공영성 강화보다는 당장의 수익성 증대에 급급한 근시안적 대책”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한나라당 박형준 의원은 “공영성 강화 부문은 추상적으로만 제시하고 수익성 강화 방안만 잔뜩 늘어놓았다”면서 “‘(올해도) 경영적자가 발생하면 경영진이 책임진다’는 6월 노사합의사항을 회피하기 위한 졸속 안”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또 “지난달 28일 이사회에서 이사들도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며 승인을 잠정보류 했다”면서 이사들의 요청으로 KBS 감사실에서 제출한 ‘감사의견서’를 공개했다.
감사실은 의견서에서 ▦제작 효율화에 치중해 공영방송의 정체성 확립과 공영성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제기 미흡 ▦프로그램 내용과 예산 집행에 대한 ‘게이트키핑’ 기능이 현저히 약화된 팀제의 본질적인 보완 필요 ▦조직 노령화 등 부작용이 우려되는 신규채용의 장기간 억제 재고 등을 지적했다.
열린우리당 김재홍 의원은 “공영성을 지키려면 수신료 현실화를 통한 재원구조의 근본적 개선에 매진해야 하는데 광고수익 증대에 앞장서는 문제가 있다”면서 “인력 문제도 단순한 감축보다는 직종 중심으로 된 인력구조를 과감히 뜯어고쳐 일 중심, 프로그램 제작 중심으로 큰 틀을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재윤 의원도 “현재도 재원의 상당부분은 광고에 의존하고 있는 KBS가 인터넷 다시보기(VOD) 유료화 및 광고 총량제, 중간광고 허용 등을 통해 수익을 높이겠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KBS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KBS기자협회는 지난달 23일 ‘껍데기 경영혁신안은 가라’는 성명을 내 “직종 중심의 조직체계 개혁 등 핵심 과제는 묻어둔 채 하위직 직원 일부 재배치, 비정규직 보조인력 감축 등 미봉책에 머물고 있다”고 비판했다.
KBS 경영혁신팀 관계자는 “경영혁신안은 초안으로 앞으로 노사협의 등 충분한 검토를 거쳐 문제점을 보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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