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증시 투자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연초부터 시작된 적립식 펀드 열풍에서도 확인되듯이, ‘가치투자’ ‘장기투자’라는 선진 투자문화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세계 금융의 총본산 뉴욕 월가에서도 인정 받는 피터 린치, 워렌 버핏 등 투자 천재들의 선진 투자비법을 격주로 연재한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는 법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월가에서 가장 성공한 펀드매니저이자 존경 받는 인물인 피터 린치(Peter Lynch)의 성공담을 들어보면 그 속담이 항상 맞지는 않는다는 걸 느끼게 된다.
그는 1977년 2,200만 달러 규모의 피델리티 마젤란펀드를 맡아, 90년 46세의 한창 일할 나이에 ‘가족에게 충실하겠다’며 월가를 떠날 때까지 13년 동안 132억 달러 규모로 키워 놓았다.
이 기간 동안 마젤란펀드는 단 한 해도 손실을 보지 않았고 연평균 29.2%의 경이적인 수익률을 유지했다. 역사상 이렇게 큰 펀드를 장기간 성공적으로 운용한 경우는 거의 없으니 월가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것도 당연하다.
그의 투자 원칙을 압축하면 ‘발로 뛰면서 연구하라’는 것이다. 그때그때의 장세에 좌우되지 않고 개별기업의 실적이나 재무상태에 대해 충분한 공부한 뒤 장기투자에 나서는 게 핵심이다.
장세에 신경을 쓰다 보면 분위기에 휩쓸려 무분별한 투자를 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는 매년 500여개의 기업을 직접 방문했다.
휴가나 출장을 가더라도 반드시 그 지역에 있는 상장사를 방문, 기업 정보를 수집하는 열성을 보였다. 이렇게 ‘기본적 분석’에 철저하다 보니 ‘캔들차트’로 대변되는 ‘기술적 분석’에 좌우되는 일본 증시는 그에게 이해하기 어려운 시장이었다.
그는 주식을 저성장주 건강주 고성장주 전환주 순환주 자산주 등 여섯 가지로 나누고, 이 중 매년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이 10~12% 이상인 건강주를 발견하면 아낌없이 투자할 것을 권했다.
또 연간 20~25% 성장하는 고성장주 발굴에도 힘을 기울이되, 이 두 가지 주식이 없다면 차선책으로 전환주(경기사이클에 따라 성장과 위축이 반복되는 주식)나 자산주에 투자할 것을 권했다.
분산투자도 중요하다. 투자 종목 중 하나만이라도 ‘10루타 종목’(10배의 수익을 안겨주는 종목을 뜻하는 월가의 은어)이 되면 포트폴리오 전체가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기 때문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적 분석’이다. 그는 “‘꽃(우량종목)을 뽑고 잡초(부실종목)에 물을 주는’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항상 기업 연구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강조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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