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마지막 날 끔찍한 참사가 일어났다. 상주시민운동장 압사 사고는 MBC 가요콘서트에 출연할 예정이던 태진아와 현철, 김수희 등 트로트가수들의 무료공연을 애타게 기다린 노인들, 휘성 등 젊은 인기가수를 보러 온 어린이 등 노약자들이 집중적으로 화를 당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사망자 11명 중 60대 이상이 7명이나 됐다.
◆현장 주변
상주시민운동장에 몰린 1만여명의 시민들은 직3문 앞에 한치 틈도 없이 빽빽이 서 있던 중 폭 10㎙의 문 한쪽이 열리자 서로 먼저 들어가려고 미는 바람에 입구에서부터 넘어지기 시작했다.
앞에 있던 노약자들이 쓰러졌지만 뒤에 있던 사람들은 이를 모른 채 운동장에 마련된 간이의자를 먼저 차지하기 위해 10여분간 계속 밀고 들어갔다.
입구에서 3㎙쯤 떨어진 위치에 있던 안숙자(65)씨는 "사람이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데 문을 갑자기 여니까 뒤에 있던 사람들이 엄청난 힘으로 밀어붙였다"며 "두 발자국도 떼지 못하고 앞으로 넘어져 갈비뼈를 다쳤다"고 말했다.
운동장 주변에서 노점을 하는 김모(60)씨는 "직3문은 운동장 쪽 아래로 경사가 져 있어서 뒤에서 미니까 넘어질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사고 원인
경찰은 "당초 오후6시께 직1문과 직3문 두 개를 열기로 했으나 무슨 이유에선지 직3문이 예정시간보다 20분 가량 일찍 열린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행사 주최측인 상주시와 콘서트 주관사인 MBC, 현지의 행사기획사 관계자들을 불러 문을 예정보다 일찍 연 경위와 현장 안전조치 미흡 등 과실 여부에 대해 수사중이다.
현장을 목격한 시민 이모(45)씨는 "이날 공연은 인기가수들이 나오는 무료공연이어서 관객들이 2만여명이나 몰려들 것이라고 진작부터 예상됐다"며 "현장 주변에서 사고가 날 것 같아 줄을 세우라고 몇 번이나 이야기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북 상주시 상주시민운동장 직3문 입구에서 3일 오후 구급대원들이 부상자들을 구급차로 옮기고 있다. 영남일보 제공
또 다른 목격자는 "주최측에서 선착순으로 운동장 안에 만들어진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알려줘서 사람들이 줄을 안 서고 확 몰려들었다"고 말했다.
◆구조 활동
사고 발생 후 현장은 도저히 수습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당초 운동장에는 경찰 30명과 용역 경비요원 70명 등 100여명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었으나 사고 당시에는 이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119구조대와 경찰도 긴급 출동했으나 현장이 워낙 아수라장이어서 구조활동에 애를 먹었다.
한편 시민들은 부상자들에 대해 인공호흡 등 응급조치를 취해 뜨거운 시민의식을 보였다. 응급지원 요청을 받고 1.5㎞ 떨어진 북천교에서 순찰차를 타고 달려온 상주경찰서 교통계 장성순 경사는 "급히 달려와보니 사람들이 땅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시민들이 몰려들어 부상자들을 돕고 있었다"고 말했다.
◆시민 반응
이날 사고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믿을 수 없다"면서 후진국형 사고라고 충격을 금치 못했다.
인터넷 포털 네이버에서 blue4701라는 ID의 네티즌은 "우리나라 공연마다 관리 소홀을 지적 받은 게 한두번이 아닌데 결국은 일을 내고 말았다. 누구 탓할 것 없이 총체적 부실" 이라며 방송사와 상주시 관계자들의 책임 소홀을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ID wizmail)은 "잘못된 질서의식이 문제" 라며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 사고 불감증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사망자(11명)명단
-상주성모병원
김경자(72·여) 이희섭(7) 김인심(67·여) 최종순(72·여) 이순임(66·여) 우인옥(54·여) 황인규(12) 황인묵(14) 최수연(76·여)
-상주적십자 병원
구귀출(63·여) 노환식(64·여)
상주=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전준호기자jhjun@hk.co.kr
안형영기자prometheu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