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정선 아리랑축제’에 다녀왔다. 읍내 공설운동장에서 다양한 문화행사를 가졌다. 그날 그곳에서 아주 어린 시절에 보고 잊고 있었던 재미난 악기 하나를 옛 친구 얼굴을 보듯 다시 만나게 되었다.
우리 어릴 때 어머니들이 동네 우물에서 물을 길어 나를 때 머리에 이고 다니던 물동이에 바가지를 동그랗게 띄우고 손바닥과 작은 막대기로 둥둥 딱딱, 장단을 맞추는 ‘물박’ 구경을 다시 한 것이다.
정선 아라리의 두 전수자가 물박장단에 맞추어 구성진 소리로 아라리를 부르는데, 나는 자꾸만 내 어린 시절 우리집 마당으로 되돌아가 동네아주머니들이 그렇게 물박을 치며 놀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내 기억엔 장구가 미처 준비가 안 되었거나 장구가 없는 마을에서 물박을 치며 놀았던 것 같다. 악기 중에서는 가장 빈티가 나는 악기에 속할 텐데, 남자들에게도 그와 비슷한 것 하나가 있었다.
산에 들에 나무를 하러 가거나 풀을 베러 간 동네 장정들이 지게 몸통을 지게작대기로 가볍게 두드리는 ‘지게장단’에 맞추어 그들만의 노동요를 불렀다. 지게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가 함께 어우러지면 그 장단도 수십 마리의 말발굽소리처럼 여간 흥이 나지 않았다.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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