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대에는 아껴 쓰는 정부가 유능한 정부다. 미 백악관은 스태프들에게 자전거 출퇴근을 권유하기로 했다. 장관도 소형 여객기 대신 기차를 타고 출장을 다닌다. 또 일본 정부는 겨울철 실내온도를 낮추고 옷을 두텁게 입는 ‘웜 비즈(Warm-Biz)’ 캠페인을 시작한다.
이 같은 움직임은 정부의 절약이 전체 사회분위기를 바꾸기 때문이다. 또 본격적 에너지 절감책을 시행한 뒤 국민 사이에서 일어날 불만을 사전에 희석한다는 의미도 있다.
미국에선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6일 에너지 절약을 호소한 뒤 백악관이 솔선 수범하는 모습을 보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통령의 집무실 등 업무 공간의 실내 온도는 30일부터 화씨 70도(섭씨 21.1)도에서 72도로 올렸다.
백악관내 주차 허가증을 스스로 반납하는 직원들에게는 지하철 무료 이용권을 주기로 했다. 워싱턴의 지하철 요금이 왕복 5달러 이상 드는 점을 감안하면 한달 지원액은 100달러를 넘게 된다. 특히 백악관은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이용한 출퇴근을 유도한다는 차원에서 백악관내에 자전거 보관대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백악관 직원은 물론, 연방 공무원들에게 상황이 허락할 경우 출퇴근 없는 재택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필요치 않은 출장이나 여행을 삼가라는 지시도 하달됐다. 또 각 부처가 에너지 절약을 위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를 한달 내에 백악관에 보고토록 했다. 이 때문에 존 스노우 재무장관은 최근 뉴욕에 출장을 가면서 셔틀 비행기를 타는 대신 철도를 이용했다.
미국의 에너지 전문가들은 “올 겨울에 모든 가정과 기업이 실내 온도를 2도씩 낮출 경우, 허리케인 때문에 손실된 양 만큼의 천연가스를 절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름철 간편복 근무 지침인 ‘쿨 비즈(Cool-Biz)’의 성공에 고무된 일본정부는 이번엔 겨울철 ‘웜 비즈’정책에 발벗고 나설 태세다.
웜 비즈란 겨울 사무실 실내 온도의 상한을 섭씨 20도 이하로 설정하고, 대신 두껍고 따뜻한 근무복 차림을 보급해서 추위를 견디자는 것이다.
6~9월 실시한 쿨 비즈는 대성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 공무원들의 노타이 간편복 패션은 민간까지 순식간에 확산했다. 이 때문에 온실효과가스 감축과 연료절감 뿐 아니라, 경제부양이라는 부수적 효과까지 거두었다.
환경성은 쿨 비즈가 시행된 3개월 동안 56만톤의 이산화탄소 발생을 억제했다고 발표했다. 도쿄전력은 이 기간 절약한 전력은 27만세대가 1개월 동안 사용하는 양에 필적한다고 밝혔다. 다이이치(第一)생명경제연구소는 쿨 비즈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약 1,000억엔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자민당으로부터는 “총선에서 고이즈미 총리가 쿨비즈 복장으로 유세한 덕분에 개혁적인 당으로 받아들여졌다”는 정치적 파급효과까지 언급됐다.
일본 정부는 웜 비즈의 온실효과가스 감축량이 쿨 비즈보다 4.4배나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화점 등 패션 업계에서는 패션상품개발을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름에는 남성용 상품위주였지만, 웜 비즈는 바지 등 여성용 보온 상품이 승부처라고 판단하고 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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