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와 유사한 정권이 30년 지속하면 한국 경제가 북한 수준으로 낙후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 최근 부쩍 설득력을 얻고 있다. 더욱이 이는 한번 시작된 경제의 장기 하향 추세가 상승 반전하기까지 30년이 넘게 걸린다는 속설과 맞물려 그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980년대 말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연평균 8%를 넘던 성장 추세가 점점 약해져 최근에는 잠재성장률 5%대를 밑도는 4%대로 추락하고 있다.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인구 고령화를 대체할 자본 축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2010년쯤에 이르러서는 1%의 성장도 어려울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있다.
성장률이 1%를 밑돌 수도 있다는 것은 2010년대 이후 마이너스 성장도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연간 배출되는 신규 인력이 줄잡아 30만 명이고, 이를 고용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7% 이상의 성장이 필요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1% 또는 마이너스 성장은 곧 대규모 실업의 고질적인 누적을 의미한다.
●고복지ㆍ저생산, 미래 없어
대규모 실업은 바로 소비의 대규모 위축으로 연결된다. 지난 수년 동안 동면에 들어가 있는 소비가 앞으로 꽤 오랫동안 살아날 가망이 없다는 이야기이다. 소비가 살아나지 않으면 생산도, 고용도, 소득도 증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소비 감소, 생산 감소, 고용 감소(실업 증가), 소득 감소, 다시 더 많은 소비 감소로 연결되어 국민 경제는 스스로 그의 절대 규모를 축소하는 소위 빈곤의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2006년도 예산을 보면 이러한 30년 속설이 들어맞을 것 같은 불길한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우선 금년 예산보다 6.5% 증가한 221조 4,000억 원을 조달하는 방법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
내년에 국민이 내야 할 1인당 세금은 380만 원으로 4인 가족 한 가구당 1,720만 원이나 될 것으로 추정된다. 연봉이 5,000만 원이 넘는 잘 나가는 대기업 근로자라도 연봉의 3분의 1을 세금으로 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국민이 이렇게 많은 세금을 내더라도 9조 원의 적자가 예상되어 집행해보기도 전에 이를 충당할 국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내년도의 경제성장률을 5%로 잡은 것은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최근 한국은행이나 국내외 연구 기관들이 발표한 대로 내년도 성장률이 4%를 밑돌면 세원이 축소되기 때문에 재정의 적자폭은 더욱 커지고 재정 운용은 결국 파행으로 갈 것이기 때문이다.
예산의 지출 내역 또한 경제의 경쟁력을 강화하기보다는 나눠 먹기 식의 복지 예산 확대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전체 복지 지출은 10.8%로 늘어 전체 예산 평균 증가율 6.5%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사회간접자본(SOC)과 산업 등을 포함하는 경제 개발 예산 증가율은 0.6%에 불과하다. 특히 경제 개발에 중요한 SOC에 대한 지출은 오히려 2.7%나 줄었다.
물론 예산 규모가 커지고 복지 지출이 늘어나 국민 생활이 윤택해지면 더 바랄 나위 없다. 그러나 이는 경기가 좋을 때의 이야기이다.
경제가 어려울 때 예산 규모가 쓸데없이 커지면 그것은 곧 적자 재정을 의미하고, 그것이 짐이 되어 경제는 장기적으로 더욱 어려워진다. 특히 나누어 먹는 쪽이 강조되면 고 복지 저 생산(=저 노동)이라는 소위 ‘네덜란드병’으로 경제는 활기를 잃어 결국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지게 된다.
●성장 위한 예산 써야
복지국가를 꿈꾸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북한 수준의 경제로 할 수 있는 일은 국제 구호품을 받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없다. 경제의 하향 추세를 반전시키는 단초의 마련이 시급하다. 2006년이 그 마지막 시한일 수 있다. 불요 불급한 예산과 선심성 복지 예산을 줄이는 대신 경제 개발 예산을 보강하여 정책기조를 성장 쪽으로 돌리는 제대로 된 국정 운영의 틀을 보고 싶다.
노영기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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