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해찬 국무총리가 부처 이기주의와 공무원들의 안일한 자세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총리는 지난달 26일 고위당정회의에서 사회안전망대책을 발표한 뒤 가진 총리실 확대간부회의에서 “이미 합의된 사항들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장관을 해임할 수밖에 없다”며 “재경부와 예산처 1급들을 준엄하게 잡겠다” “참고 참았는데 지나고 보니 내가 놀림을 당한 것”이라는 등 분노 섞인 발언을 쏟아냈다.
총리를 화나게 한 것은 6개월 전에 이 대책의 재원 확보방안 마련을 지시했는데도 2009년까지 투입될 8조6,000억원의 예산 중 3조6,000억원의 확보방안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당 의원들로부터 이 문제를 추궁 당한 이 총리는 “기획예산처와 재경부의 핑퐁으로 내가 6개월간 놀림을 당한 꼴”이라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고 한다. 총리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국가정책의 조율을 책임진 총리로서 이렇게까지 분노를 표출할 지경에 이른 상황이 한심스럽다.
국가정책이란 기획에서 집행에 이르기까지 마찰이 불가피하다. 조율을 통해 이것을 최소화하는 것이 국무총리의 역할이다. 총리가 놀림을 당했다고 털어놓는 것은 총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고백이나 다름없다.
문제가 아무리 심각해도 결국 정부 안에서 조율하고 해결해야 한다. 정부 부처와 공무원이 말을 제대로 안 듣는다고 국민에게 하소연하는 것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소주세율 인상이나 금융산업구조개선법 개정안을 둘러싼 문제를 놓고 대통령이 방향을 잡아주는 식의 정책결정도 바람직하지 않다. 톱다운 방식의 정책결정은 혼란의 매듭을 푸는 순기능보다는 자칫 코드 맞추기를 부추기고 정책의 독단성과 불확실성을 야기할 우려가 크다.
다소 효율이 떨어지고 파열음이 들리더라도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을 읽을 수 있는 시스템에 의한 정책조율 기능을 끈기를 가지고 살려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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