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카트리나와 리타가 남긴 상처는 미국인들에게 그 어느 해 보다도 ‘추운 겨울’을 예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난방용 연료로 주로 사용되는 천연가스의 가격이 초여름에 비해 두 배나 뛰었다. 또 아직 임시 수용소에 남아 있는 이재민들을 위한 임시주택 공급 계획은 지지 부진한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천연가스 가격 상승은 석유시설이 밀집돼 있는 멕시코만 지역이 두 차례의 허리케인 공격으로 제 기능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 상승이 대서특필되는 동안 천연가스 가격은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심각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올 겨울 가구 당 난방비가 예년보다 400달러 정도 늘어난 1,130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으나, 이 예상치도 아직 확실치 않다. 멕시코만 지역 석유시설의 복구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가격의 상승 속도가 훨씬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역의 시설은 현재 20%정도만이 복구된 상태다.
이에 따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천연가스 가격은 이미 2000~2005년 평균치의 3배를 기록했다. 연방정부가 난방비를 지원해 줘야 하는 저소득층 가구들에겐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 20억 달러의 예산으로 살 수 있는 천연가스는 예년에 비해 3분의1 이하로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아예 난방을 못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는 것이다.
정부가 임시 주택을 마련해 주기를 기다리는 이재민들에게는 겨울 날 일이 까마득할 수밖에 없다. 루이지애나주 이재민의 경우 루이지애나내 임시 수용소에 4만8,000명, 다른 주 수용소에 3만명이 남아 있으나 이들 가운데 임시 주택으로 옮겨진 이재민은 고작 109 가구에 불과하다.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이달초 매 이주일마다 3만개의 임시 주택을 확보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지만 여행 트레일러와 이동 주택 등을 포함, 현재 마련된 임시 주택은 7,000여개 정도에 그치고 있다. 여전히 연방 공무원은 지방 공무원이 일의 진척을 더디게 만들고 있다고 불평하고 있고, 지방 공무원은 임시 주택 단지를 지을 곳이 마땅치 않다고 투덜거리고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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