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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이 가을, 자연이 내려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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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이 가을, 자연이 내려준 선물

입력
2005.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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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석에 떠오른 둥근 달을 바라보면서 에베레스트의 작은 마을인 남체 바자르에서 바라보던 보름달을 떠올렸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그 작은 마을 사람들에게 달은 고마운 존재이다.

현대 문명에 익숙한 사람들이 상상하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암흑으로 둘러싸인 두려운 시간일 뿐이겠지만, 남체 바자르 사람들은 마을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더라도 밝은 달빛 덕분에 야생 동물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하고 자신의 몸도 지킬 수 있다.

한여름에 뜨거운 태양 빛을 피해 밤에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것도 달이 있기 때문이다. 도시의 화려한 전등 빛은 달을 사소한 존재로 만들어 버렸지만 자연과 함께 어울리며 사는 사람들에게 달은 중요한 존재였다.

전통적으로 한국인에게도 달은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었던 어두운 밤을 밝혀주는 고마운 존재였으며, 이 때문에 가장 큰 만월을 이루는 음력 8월 15일인 추석을 가장 큰 명절로 여겼다고 한다.

농업 국가인 네팔 또한 만월이 뜨고, 추수하는 시기쯤에 한국과 같은 추석이 있다. 이 날 사람들은 새로 수확한 농작물로 만든 음식을 나누어 먹으면서 음식이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도움을 준 태양, 달, 물, 땅의 신에게 기도한다. 전통적인 한국 사회 또한 풍작을 내려준 조상과 자연에 감사하며 음식을 이웃과 나누어 먹으면서 풍작의 기쁨과 자연에 대한 고마움을 함께 느끼는 날이 바로 추석이었다고 한다.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은 이제 더 이상 손수 농사지을 필요가 없어졌으며,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자기가 먹고 싶은 음식을 사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음식은 자연이 내려준 고마운 선물이 아니라 돈을 주고 산 상품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금 먹고 있는 쌀 한 톨이 나오기까지 땅은 벼가 뿌리를 내릴 수 있게 해주며, 물은 벼에 영양분을 제공해주고, 태양은 광합성 작용을 도와준다. 오늘날 현대인들은 자연의 고마움을 잊고 살아가지만 우리가 지금 먹고 있는 쌀 한 톨조차 자연의 혜택을 입지 않은 것이 없다.

추석은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조상님께 절을 올리고 음식을 나누어 먹는 명절이기도 하지만 풍성한 음식이 식탁에 오르기까지 자연이 인간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었는지에 대해 되새겨보는 시간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우리가 쉬는 숨 하나에까지 자연이 녹아 있음을 늘 가슴에 간직하며 살아가야겠다.

검비르 만 쉬레스터 네팔인 무역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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