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정글이다. 잔혹한 밀림에서 스스로를 지킬 능력이 없거나 잠시라도 마음을 놓았을 때 벌어질 일은 뻔하다. 그러기에 책상에 코를 박고 죽어라 일을 한다. 서류 복사부터 각종 잡무까지 아무 의미가 없어도 시키면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어느 날 문득 한 때 사자가 되고 싶었던 자신이 별 볼일 없는 당나귀로 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그 시점이 바로 회사가 ‘열심히 일한 당신, 이제 회사를 떠나라’고 말하는 때다.
갖가지 간계와 음모로 가득한 삼국지를 떠받드는 중국인답게, 브랜드 컨설턴트인 저자가 직장을 바라보는 눈은 음험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세상이 대개 그런 쪽으로 흘러가는 걸. 아니나 다를까, ID인 우만랑쟝(務滿蘭江ㆍ강변안개)이란 필명으로 인터넷 상에 연재한 이 글은 중국 네티즌들의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이 책은 장르는 실용서지만 내용은 일종의 우화에 가깝다. 뚱보 고양이 포포 회장이 이끄는 포포사에 입사한 우량견 뾰족귀를 통해 평범한 직장인이 경영자가 감히 자를 수 없는, 임원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보여 준다.
그러기 위해 우선 직장인들의 유형을 동물로 나눈다. 능력은 없어도 윗사람에게 빌붙어 사는 여우와 돼지. 능력은 있지만 상사의 권위에 도전하거나 파워 게임을 벌이는 들소와 이리. 능력도 없고 아부도 못해 주변인으로 떠도는 고슴도치와 쥐.
자신이 하루가 다르게 죽어라 일 해야 하는 당나귀로 진화하고 있음을 알게 된 주인공 뾰족귀는 무능한 부장에게 도전하는 반항자 들소가 된다.
이 과정에서 상사에게 찍히면 끝장이라는 깨달음을 얻은 뾰족귀는 들소보다 한층 세련되고 치밀한 반란자인 이리로 진화한다. 그리고 상사들과의 치열한 싸움 속에서 경영주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회사는 어떤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지를 아는 사냥개로, 다시 경영주마저 제어할 수 있는 사자로 거듭 변신하게 된다.
동물 진화에 빗댄 책략은 그럴싸하게 들린다. 바야흐로 생존 그 자체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돼버린 서글픈 시대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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