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에 대한 내부 감사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현대그룹과 김 부회장이 사실상 결별 수순에 들어갔다.
현대그룹은 30일 “6월 말부터 실시된 현대아산 내부경영 감사 결과, 김 부회장이 8억2,00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3억원 정도를 유용하는 등 모두 11억2,000만원의 개인 비리를 저지른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그룹측은 “비자금 가운데 7억원은 금강산 지역 공사비를 부풀려 허위 기재한 것이고, 나머지 1억2,000만원은 현대아산 협력업체에 용역비를 과다 지급했다 돌려 받는 방식으로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현대그룹은 또 “김 부회장은 회사업무 수행과정에서 대표이사 가불이나 접대비 과대 계상 등의 방법으로 3억원 정도를 유용했다”며 “특히 전문경영인으로서 취하지 말았어야 할 부적절한 행동도 다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현대그룹은 그러나 이날 일부 언론이 보도한 남북협력기금 유용 의혹에 대해서는 “남북협력기금은 현대아산 계좌를 통해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유용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부인했다. 통일부도 “시스템상 남북협력기금의 유용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현대그룹이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한 해명 형식으로 자료를 냈다고는 해도 이는 김 부회장과의 관계를 완전 정리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현대그룹은 “그 동안 대북사업 공로를 감안, 적발된 비리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조용히 처리하려 했으나 김 부회장이 이사회 결정을 수긍하지 않고 독단적인 행보를 거듭하면서 문제 해결이 매끄럽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룹측은 “이른 시일 내에 김 부회장 거취문제를 정리하고 대북사업의 투명하고 합리적인 시스템 구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결국 시민단체 등의 고발이 이뤄질 경우 김 부회장의 비리가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될 수도 있는 만큼 김 부회장을 자연스럽게 퇴출 시킨 뒤 현정은 회장 체제로 대북사업의 새 틀을 짜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김 부회장의 복귀를 요구해왔던 북한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북한은 당초 약속했던 현 회장과 이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간 회동에 대해 아무런 답변을 주지 않고 있어 냉각기류는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 김 부회장이 현재 중국에 머물고 있어 현대측의 개인비리 발표에 대해 해명을 하지 않고 있지만 비자금의 사용처에 대한 논란도 벌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개인적인 착복이 아니라 대북사업 추진 과정에서 북한측에 줬을 경우 현대의 대북사업이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는 등 파장이 더 커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황양준 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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