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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국감 권위, 쌓아도 모자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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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국감 권위, 쌓아도 모자란데…

입력
2005.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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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활동의 꽃’인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임기 절반을 지난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라는 성격을 띠고 있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번 국정감사를 앞둔 국회의원들과 각 정당의 각오는 비장했다. ‘국민 참여형 국감’이라는 기치를 내세운 열린우리당은 국감 상황실을 24시간 가동하면서, 사이버 국회의원을 모집하고 민생 관련 정책을 점검하겠다고 다짐했다.

한나라당은 참여정부 전반기의 실정을 철저히 평가하겠다며 ‘세금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폭넓은 여론 수렴을 위해 국감 모니터 단을 구성했다. 민주노동당은 ‘양극화 해소, 사회 공공성 실현'을 핵심 과제로 삼고 정책 국감의 전형을 만들겠노라고 별렀다.

그러나 지금까지 치러진 국정감사에 대한 중간 점검은 실망스럽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대구 술자리 폭언 사건’이다.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고 관련자들이 자신의 언행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국회의원들과 피감기관 관계자들이 함께 술자리를 한 책임을 누군가 져야 한다는 점이다. 여야가 국정 운영을 놓고는 서로 팽팽하게 맞서더라도 인간적인 교유를 하는 것이야 뭐가 문제랴.

●스스로 망쳐버린 술자리 사건

또 국회의원들과 피감기관 관계자들이 법조인 선후배로서 친분을 나누는 것도 탓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일상적인 만남이 아니라 국정감사를 하고 나서 이뤄진 술자리라는 점이다. 몇 년 전에 피감 기관으로부터 식사 대접을 받지 않겠노라고 국회의원들이 공개적으로 했던 다짐이 흐지부지되어 버린 셈이다.

사실 각 정당이 정책 국감, 모범 국감을 다짐했지만 국정감사가 과연 제대로 진행이 될지 조금 의심스러웠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박근혜 대표와 노무현 대통령을 서로 증인으로 채택하겠다고 나설 때부터 조짐이 별로 좋지 않았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과정에서 이 회장을 보호하려는 듯한 국회의원들의 태도도 보기 좋은 것은 아니었다. 작년보다 더 많은 461개 국가기관을 감사하겠다고 한 것도 문제였다. 20일 동안 이렇게 많은 기관을 감사하니 구조적으로 부실 국감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국정감사 시간에 자리를 비우는 등 직무를 유기하고 속기록에 발언을 남기기 위해 중복 질의로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며, 준비가 부족해 수준 이하의 질의를 하고, 언론보도를 의식해 자료 부풀리기를 하는 등 부실 국감을 부추기는 행위가 역시 올해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무성의한 자료 제출과 자료 제출 거부, 허위 자료 제출 등도 여전했다. 작년 국정감사를 끝낸 뒤 국정감사 무용론까지 나왔던 것을 벌써 잊었는가. 다시는 이런 추태를 국민이 보지 않아야 한다.

올해 국정감사가 다뤄야 할 과제는 매우 많다. 안기부 X 파일을 통해 불거진 삼성그룹의 정관계 불법 로비 의혹, 불법 도청 문제, 8·31 부동산 대책과 세제 개편안을 비롯한 세금 논란, 사립학교법 개정안, 쌀 협상 비준 문제 등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심각한 민생 문제의 해결도 시급하다.

노동시장의 양극화, 근로 빈곤층 확산, 소득격차 확대 등 사회 전반에서 양극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빈부 격차와 사회적 차별,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정 점검과 대안 제시가 이뤄져야 한다.

●피감기관 비협조도 문제

남은 기간 동안이라도 국회의원과 피감기관은 국회가 가장 적극적인 형태로 행정부를 견제하고 통제하는 제도가 국정감사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제대로 국정감사에 임해야 한다.

국정감사는 또 입법부의 정책 의지를 바르게 국정에 반영시키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기도 하다. 국회의 권한인 입법권, 재정권, 국정통제권 등을 국회의원은 최대한 활용해야 하며, 피감기관은 이 권한을 최대한 존중해주어야 국정감사 무용론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손혁재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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