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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슬의 마음을 잇는 책읽기] 신화는 민족성의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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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슬의 마음을 잇는 책읽기] 신화는 민족성의 거울

입력
2005.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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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건국신화/ 김용만 글. 송진희 그림. 청솔

신화야! 나오너라 세상 구경 가자/ 이경덕 글. 최용호 그림. 아이세움

세계의 신화 1,2/ 닐 필립 지음. 이효숙 옮김. 더북컴퍼니

신화는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이야기로 즐기라는 주장과 신화를 보이는 세계의 배후를 설명하는 상징으로 보고 그 의미를 밝히면서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재미난 이야기로 출발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컴컴한 굴 속에서 백일동안 쑥과 마늘만 먹으면 곰이 사람으로 변하는 것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따지고 들지 않는 나이에는 말이다. 그러다가 점차 지식이 쌓이고 생각이 커지면 이야기 속에 포함된 각 민족의 역사, 문화, 사회, 가치관을 파악하는 신화 읽기로 안내해 보자.

개천절이 다가오는 즈음에 ‘우리나라의 건국 신화’는 어떨까. 이 책은 고조선,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탐라국에 이어 고려에 이르기까지 각 나라를 세운 영웅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그런데 가장 많이 알려진 내용만이 아니라 다른 이야기도 함께 알려준다. 부여를 세운 왕으로 동명왕 외에 해모수에 대한 의문이나 백제의 시조를 온조로 보는 신화와 비류로 보는 신화의 차이 등이 그 예이다.

고구려 추모왕의 어머니가 유화였던 것은 버드나무가 흉노, 몽골과 같은 유목민족 사이에서는 신이 깃든 나무로 여겨졌기 때문이고 가야 김수로왕의 부인 허황옥이 어떻게 그 시대에 인도에서 배를 타고 김해까지 올 수 있었는지 상징을 해석하고 새로운 의문을 던지기도 한다.

시야를 세계로 넓힌다면 “신화야! 나오너라 세상 구경 가자”가 흥미 있으면서도 쉽게 읽힌다. 창조, 인간 기원, 영웅, 해와 달과 별, 죽음, 홍수와 종말 등 열 개의 주제로 나누어 각 장마다 총괄적인 해설에 이어 세계 여러 나라의 신화를 소개하고 비교한다. 그래서 인간 심성의 보편성과 차이점을 보여 주고 차이점의 근원은 자연 환경이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세계의 신화”는 풍부한 사진과 그림, 그리고 세계 곳곳의 소수 민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민족을 다룬 것이 장점이다. 1권은 유럽과 아프리카, 2권은 아시아, 아메리카, 오세아니아를 담았는데 유럽과 아시아의 신화가 가장 풍부하다. 우리나라 편을 보면 인간 기원 신화, 단군을 비롯한 건국 신화, 무속 신화에 나오는 바리공주와 제주 신화 자청비까지 이를 정도이다.

각 지역을 시작할 때마다 지도를 보여 주어 위치를 알도록 할 만큼 철저하게 지역을 중심으로 편집했다. 그래서 각 문화 간의 비교는 저자의 말보다 본문에 있는 관련 부분으로의 안내를 이용하여 독자가 직접 읽어야 한다.

배경 색깔 때문에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거나 너무 작은 글자, 많은 박스 기사 때문에 읽는 순서를 놓치는 등 가독성은 떨어지지만 더 나은 책이 나오기까지는 충분히 참고할 만하다.

신화란 과거에 한정된 이야기도 아니고, 기록으로만 전하는 것도 아니다. 오랜만에 우리 신화에 대하여 알차게 업데이트 할 수 있었다.

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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