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지나면서 서민을 위한 민생정책을 의욕적으로 내놓고 있지만 구체적인 실천방안에 대한 준비나 종합적인 조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주요 정책의 혼선과 표류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책임있는 정책 추진과 조율기능 강화를 위해 책임장관제, 국무조정실장의 장관급 격상 등을 도입했지만 실질적인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30일 ‘정부 실업대책 예산의 효율성 평가보고서’를 통해 “청년실업자와 취약계층을 돕기 위해 올 한해에만 1조4,609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일자리 지원사업’이 중복투자와 취업 연계성 부족 등 부실에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예산정책처는 특히 “66개 세부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총괄ㆍ관리기구가 없다 보니 노동부와 산자부, 정통부, 복지부 등 13개 부처가 각개약진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라며 “컨트롤 타워를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는 ‘중국산 납 김치’ 파문과 관련, 국무조정실은 29일 “지난해 확정된 식품안전종합대책의 추진과정에서 농림부와 해수부, 식약청 등 관련 기관들의 협력부족 등으로 132개 세부과제 중 28%가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고 실토했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지난 26일 고위당정회의를 열어 확정한 ‘사회안전망 종합복지대책’도 부처간 조율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였다. 2009년까지 4년간 총 8조6,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 중 3조6,000억원의 재원 확보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해찬 국무총리가 “관련 경제부처 장관을 해임할 수 있다”며 진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정책조율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데는 제도상 미비 때문이라기보다는 운영상 문제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참여정부는 출범 직후 조율기능 강화를 위해 차관급인 국조실장을 장관급으로 격상시켰고, 부처별로는 정책보좌관 제도를 도입했다. 또 경제, 통일ㆍ외교ㆍ안보, 사회 분야 등 유관부처를 묶는 책임장관제를 실시해오고 있다.
하지만 사회안전망 구축과 실업대책 등 현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는 정책을 놓고서도 경제부처와 사회부처가 자주 이견을 보여 국민들이 과연 이들 정책이 제대로 추진될지 신뢰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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