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노바와 톨스토이를 한 묶음으로 한 평전이 가능할까?
열 다섯 소녀부터 병든 매춘부까지 여자라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던 천하의 사기꾼과 여든 둘의 나이에 신을 향한 여정에 나섰다가 작은 시골역에서 숨을 거둔 현자가 도대체 무슨 관계란 말인가. 게다가 뚱뚱하고 못생겼으며 늘 사랑을 갈망했으나 여자들에게 평생 헛발질만을 해댄 프랑스 소설가 스탕달은 왜 또 이들과 함께 엮여야 하는가.
그러나 이 작업의 주인공이 세계 3대 전기 작가로 널리 알려진 오스트리아 소설가 츠바이크(1881~1942)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그는 ‘세계의 거장들’ 시리즈의 첫 권인 ‘마신과의 싸움’에서 휠덜린과 니체, 클라이스트를 ‘마성적인 힘에 쫓겨 자신과 현실 세계를 뛰어 넘어 무한의 세계로 들어선 존재’로 정의했다.
또 2권인 ‘세 명의 거장들’에서는 발자크와 디킨즈, 도스토예프스키를 ‘서사적으로 세계를 재창조한 사람’으로 한데 묶었다. 그리고 언뜻 보기에 도무지 합집합을 만들 수 없을 것 같은 카사노바, 스탕달, 톨스토이를 관통하고 있는 일관성을 찾아냈다. 그가 보기에 세 사람은 모두 세상에서 자기 안으로 눈을 돌려, 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그리려 한 인물들이다.
오로지 감각 만에 의지한 채 자신이 겪은 기막히고 화려하며 때론 음탕하고 비열한 사건들을 낱낱이 글로 남긴 카사노바가 1단계. 푸줏간 주인의 얼굴에 그 어떤 시인보다 복잡 미묘하고 예민한 감성을 지녔기에, 스스로의 심리 상태를 늘 바라볼 수 밖에 없었던 스탕달이 그 다음이다.
최고의 경지는 부와 권력과 명예와 예술성 그리고 철인 같은 육체까지 가졌지만 쉰 넷의 나이에 달리 손 써볼 방법이 없는 거대한 허무와 맞닥뜨린 톨스토이다. 감각을 통해 자신을 느끼거나 자신의 심리를 예민하게 관찰ㆍ기록하는 수준을 넘어서 도덕적 차원에서 자기 점검과 재판에 나선 냉엄한 목격자가 됐기 때문이다.
세 인물을 꿰뚫는 통찰력과 츠바이크 특유의 아름다운 문장이 돋보인다. ‘원초적 어둠은 양피지를 뚫고 교회의 촛불을 꺼뜨리는 법이다’라는 글은 그 일례.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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