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진짜 개혁을 해낼지도 모르겠어요.” 최근 저녁식사를 같이한 일본인 지인은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독재적인 고이즈미 총리가 생리적으로 질색이라 민주당을 찍었다”고 밝힌 그는 “그런데 지금은 느낌이 좋다”고 덧붙였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총선 압승 이후 일본에서 개혁 바람이 뜨겁게 불고 있다. 혹시나 했다가 역시나로 끝난 그 동안의 바람과는 감이 전혀 다르다. 일본인들도 정말 달라질지 모른다는 희망을 가슴 속에서 부풀리고 있다.
근거는 이렇다. 고이즈미 압승 이후 우정개혁법안이 사실상 성립하게 됐다. 뿐 만 아니다. 고이즈미 총리는 족(族)의원과 관료들의 반발로 중단됐던 공무원개혁을 위해 칼을 뽑았다. 숨돌릴 틈 없이 역시 도로공사의 재원개혁을 위해 고삐를 죄고 있다. 이제는 일본 국민들이 가장 불안해 하고 있는 연금과 지방재정개혁도 추진력을 얻기 시작했다.
선거 때 쟁점 가운데 하나는 ‘개혁의 몸통’ 논란이었다. 야당은 고이즈미 총리가 우정개혁이 개혁의 전부인양 호도하면서 진짜 어려운 개혁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선거 후 벌어진 양상은 이런 비판을 도리어 공허하게 만들고 있다. 지금 고이즈미 정부의 개혁 속도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수준이다.
무엇보다 일본 국민의 개혁에 대한 열망이 과거와 다르다. 일본인들이 요즘처럼 뜨거워진 적이 있었던가. 90년대 초 우리나라에선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것 같은 개혁”이란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지금 고이즈미 총리와 일본 국민의 관계를 이처럼 잘 설명하는 말은 없다고 본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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