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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DJ·참여정부 정책브레인 3人 논전/ 민주화, 세계화 시대의 양극화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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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DJ·참여정부 정책브레인 3人 논전/ 민주화, 세계화 시대의 양극화 토론회

입력
2005.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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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정책브레인이었던 3인의 학자가 29일 한 자리에 모여 ‘한국 사회의 양극화’를 놓고 치열한 논전을 벌였다. 박세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최장집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정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가 주인공이다. 박 교수는 김영삼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을, 최 교수는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을 각각 역임한 인물. 이 교수는 얼마 전까지 참여정부의 정책기획위원장으로 있었고, 지금도 대통령 정책특보(비상근)이다.

이들은 이날 오후 서울 평창동 올림피아호텔에서 대화문화 아카데미(옛 크리스천 아카데미)가 창립40주년을 기념해 주최한 ‘민주화, 세계화 시대의 양극화’ 토론회의 발제를 맡아 다양한 원인진단과 처방을 내놓았다. 또 관련 분야 교수와 시민단체 관계자 50여명이 이들과 저녁 늦게까지 문답을 주고 받는 등 우리 사회의 핵심 과제 중 하나인 양극화 극복을 위한 열기를 이어갔다.

■ 3인3색, 정당별 노선

대리전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출신이기도 한 박 교수는 ‘경제성장’에 강조점을 두면서 양극화의 원인이‘국가 능력의 부족’ 때문이라며 참여정부의 ‘무능’을 부각했다. 자유주의 주류 경제학의 시선이자 한나라당의 노선과 비슷하다.

최 교수는 시종 ‘노동참여의 경제 민주화’에 초점을 맞추며 ‘노동이 배제된 정책’에 메스를 가했다. 김대중 정부와 민노당 노선의 혼합형으로 읽힌다. 반면 참여정부 경제정책의 핵심 골격을 잡은 이 교수는 성장과 분배의 균형에 기반한 ‘동반 성장’을 강조하며 현 정부 정책을 대변했다. 정권의 정책에 깊숙이 관여한 ‘현실 참여형 학자’들인 이들의 설전은 정당 노선의 대리전으로 비치기도 했다.

■ 양극화 원인 진단

이들은 우리나라가 심각한 양극화 위기에 처해있다는 데는 동의했다. 그러나 원인 분석은 제 각각이었다.

박 교수는 우선 양극화 해소에 성공한 나라의 특징으로 ‘높은 성장율’, ‘교육개혁의 성공’, ‘교육ㆍ고용ㆍ복지의 3각 사회 안전망 구축’ 등 세가지를 꼽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잠재성장율은 하락하고 교육개혁은 실종됐고, 사회안전망은 미흡하해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를 관리할 국가 능력이 부족해 해소 전망도 불투명하다는 게 박 교수의 진단이다.

최 교수는 “정치는 민주화했으나 경제가 민주화하지 못했다”며 노동이 배제된 국가-재벌 연합의 성장정책이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신자유주의를 교조적으로 수용, 극히 과격하게 수행하고 있다”며 비정규직 법안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그러나 이 교수는 “개발독재 시기의 특권과 독점, 불공정과 부패로부터의 이익, 부동산 투기로 인한 막대한 불로소득이 특정 계층에 집중되었던 반면 인권억압과 노동배제가 이루어졌다”며 “아직 곳곳에 그 잔재가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즉, 개발 독재시기의 잘못된 관행이 양극화를 불렀다는 얘기다.

■ 참여정부 실정 논란

양극화 심화에 대한 현 정부의 책임을 두고서도 박, 최 교수와 이 교수는 날카롭게 맞섰다. 접근 방식은 달랐지만, 박, 최 교수는 ‘참여정부의 정책적 무능’을 한 목소리로 성토했다.

박 교수는 “정부의 정책구상 능력이 허약하고, 정책 추진능력도 떨어진다”며 “특히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 정책학습 능력이 거의 없다”고 질타했다. “그렇게 되면 시대에 뒤떨어진 구호만 요란하고 되는 일은 없으며 같은 정책실수가 반복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이어 “사회에는 포퓰리즘과 기회주의, 아마추어리즘이 난무한다”며 “세계화와 양극화 문제를 풀 새로운 역사 주체가 없다”고 말했다.

최 교수도 신랄했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언론이 비판하면 대통령 보좌관이 변명하는 구조다”, “스스로의 정책노선과 이를 집행할 경제장관이 없다” 등 격한 비판을 쏟아냈다. 최 교수는 또 “대통령은 공허한 담론을 좋아한다”며 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참여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투기억제 대책 등을 통한 자산 재분배 효과 등을 거론하며 “참여정부는 지난 2년 반 동안 우리의 경제와 정치체질을 고치는데 주력해왔다”고 옹호했다.

■ 양극화 해소 방안

처방은 원인진단의 연장선상에 있을 수 밖에 없다. 박 교수는 경제성장, 교육개혁, 사회 안정망 구축과 함께 근본적으로 국가발전 전략을 짤 새로운 미래세력을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기업이 노동자를 실질적 파트너로 인정하는 내용의 노사간 사회 협약을 체결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참여정부가 추진중인 사회협약은 노동자에 대한 파트너십을 인정하지 않고 노동운동의 기반 자체를 약화시키는 효과를 갖는 협약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노 대통령이 제안한 대Яㅐ?지역감정이라는 잘못된 개혁 목표 설정이 아니라 사회협약을 내용으로 했다면 지지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의 상생 협력, 자산 재분배, 사회안전망의 확충 등 성장과 분배의 동반 성장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한국 재정의 소득재분배 기능은 제로에 가깝기 때문에 조세 및 정부지출을 통한 재분배가 복지병을 낳을 것이라는 걱정은 기우”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05년 보건사회연구원 설문조사 결과 복지비 증액을 위한 추가적 세부담에 동의한다는 응답은 18.9%에 그쳤다”며 현실적 장벽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기도 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 양극화 해소방안엔

29일 대화문화아카데미가 주최한 ‘민주화, 세계화 시대의 양극화’ 토론회에선 3인의 교수들의 발제 후 이들 및 초청 인사들의 4시간 동안 토론이 이어졌다. 무엇보다 ‘성장과 분배’의 논쟁이 뜨거웠다.

정갑영 연세대 교수는 “IMF 이후 양극화가 심화된 핵심 이유는 경기침체”라며 “우리나라는 경제성장의 역사가 짧아 자산이 많지 않기 때문에 경기가 침체되면 금세 빈부격차가 심해진다”고 분석했다. 박세일 서울대 교수도 “성장 프로그램 없이 분배 프로그램만 갖고는 실패한다”며 “성장 프로그램이 있으려면 실제 투자자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데, 기업인에게 물어보면 왜 투자를 안 하는지 답이 다 나와 있다”고 참여정부를 겨냥했다.

이에 반해 장상환 경상대 교수는 “IMF 이후 자본의 힘을 더욱 키우는, 우리 상황에 맞지 않는 신자유주의적 정책이 도입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성한표 실업극복국민재단 상임이사는 “고용 없는 성장시대에 돌입했기 때문에 성장이 곧 분배라는 명제는 언제든지 통하는 얘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는 참여정부의 실정 논란으로 연결됐다. 박세일 교수는 “8ㆍ31 부동산 대책에선 주택 30만호를 수도권에 추가 공급한다고 했지만, 정부는 올 봄만해도 수도권 과밀화 이야기를 했었다”며 “이런 식의 앞뒤 안 맞는, 즉흥적인 정책으론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장기표 새 정치연대 대표는 “사회주의적 발상에 기초해 있기 때문에 거부반응만 불러일으킬 뿐 실질적 분배를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정우 경북대 교수는 “좌파, 사회주의라는 공격을 2년 반 동안 받았는데, 구체적으로 참여정부의 어느 정책이 사회주의라는 것인지는 한번도 들어본 적 없다”고 반박했다. 김수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은 “30만호 주택 공급은 가구 증가 수와 행정도시 이전을 감안한 수치”라고 적극 해명했다.

양극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개념 논란도 있었다. 이영희 인하대 교수는 “빌 게이츠처럼 엄청난 돈을 버는 사람도 있지만, 절대 빈곤층은 없어질 만큼 경제 성장이 이뤄졌다”며 “과거의 빈부격차라는 개념이 지금처럼 부를 창출해나가는 사회에서 적실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도 상당수 참가자들은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선 ‘사회적 대타협’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노사 뿐만 아니라 각계 각층이 참가한 가운데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내 그 토대 위에서 경제성장과 사회적 안전 망 등 복지 정책을 동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민영 대통령자문 농어업ㆍ농어촌특별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박세일, 이정우, 최장집 교수도 이론적 대타협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초청 토론자 명단에 없던 고건 전 총리가 참석해 3시간 동안 아무 말 없이 발제와 토론을 지켜본 뒤 자리를 떠 눈길을 끌었다. 이와 함께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과 열린우리당 이부영 전 의장도 초청인사로 모습을 나타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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