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전청사에서 29일 열린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의 한국철도공사와 철도시설공단에 대한 국정감사는 야당 의원들이 철도공사의 부실한 자료 제출을 문제삼아 30분만에 감사가 중단되는 등 파행을 겪었다. 야당의 공세는 불성실한 자료 제출뿐 아니라 참여정부의 실세로 알려진 3선의원 출신의 이 철 사장에 대한 ‘기선 제압’ 성격도 강했다.
오전 10시 김한길 위원장이 감사 시작을 선언하고 이 철 사장의 증인 선서를 받으려는 순간 한나라당 간사인 김병호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얻어 “철도공사의 국감 자료 제출이 아주 부실하고 일부는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다”며 “감사 일정을 연기해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도 “유전게이트 관련 자료를 요구했는데 건교부에 이관했다는 등의 이유로 제출하지 않았다”며 “자료가 없어 제대로 된 감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가세했다. 이어 임인배 의원은 “비리 많고 부패한 철도공사가 자료 제출을 않고 그냥 넘어가겠다고 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한 태도”라고 성토했다.
한나라당의 공세에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자료 제출이 부실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감사는 예정대로 진행하자”며 맞섰다. 열린우리당 간사인 이호웅 의원은 “국감 일정은 일부의 의견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피감기관 사정을 들어보고 수긍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감사 진행을 요구했다.
주승용 의원도 “자료 제출이 안됐다고 해서 감사를 쉴 수 없으며 다음 하루를 더 잡더라도 감사를 진행하자”고 주장했고, 장경수 의원도 “자료 제출을 안한 것은 공사 책임이 분명하지만 질의시간에 자료를 요청하고 추가질의 시간에 자료를 받자”며 거들었다.
그러자 김한길 위원장은 “자료 제출에 대한 정당한 사유를 이 철 사장으로부터 들어야 하지만 증인 선서를 안 하면 책임이 덜하다”며 감사진행 의지를 표출했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의 반대가 거세자 결국 감사 시작 30분만에 감사 중지를 선언하고 여야간 의견 절충에 들어갔다.
1시간 30여분간 의견 조율을 마치고 12시에 감사를 속개한 여야는 이 철 사장으로부터 자료 제출 부실에 대한 사과를 들은 뒤 10월 5일 오후2시 철도공사에 대해 추가 감사를 벌이기로 의결했다.
이 철 사장은 “부실한 자료 제출로 국감에 차질을 초래한 점을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담당자들의 책임을 엄중히 묻고 다음 감사일 전까지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오후 2시부터 속개된 감사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철도공사에 대한 질의를 건너뛰고 철도시설공단에 대한 질의만 벌여 이 철 사장을 ‘왕따’시켰다.
대전=허택회기자 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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