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단순히 책만 팔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 우리는 문화를 팔려고 합니다.”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서 200평 규모 중형서점 불광문고를 운영하는 최낙범(45)씨는 10월1일부터 서점 입구 복도에서 판화가 이철수씨의 그림을 모아 전시회를 연다. 이씨가 인터넷신문에 매일 올리는 그림 30점을 모은 작은 엽서전이다. 대형서점은 이보다 큰 규모로, 훨씬 다양하고 화려한 전시나 행사를 한 달에도 몇 차례씩 열고 있으니까, 이런 전시회가 새로울 건 전혀 없다.
하지만 이 전시회는 단순히 동네 서점의 고객 서비스와는 다르다. 똑 같은 엽서전을 불광문고만 아니라 대전의 계룡문고(대표 이동선), 충주의 책이 있는 글터(이연호) 진주의 진주문고(여태훈) 춘천의 광장서적(송규철)에서도 열기 때문이다. 모두 매장 면적 400평 미만의 중형서점들이다.
“도서정가제의 파괴, 유통 다변화 등으로 서점 경영이 매우 어려워진 게 사실입니다.” 문화관광부가 최근 작성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1998년 4,897개이던 전국의 서점 숫자는 지난해 2,205개로 무려 55%나 줄었다. 인터넷서점과 대형서점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지역 중소형서점은 절반 이상 문을 닫았다. 게다가 “책에 대한 매력이 갈수록 줄고” 있어 “문화마케팅의 필요성을 더더욱 절감한다”고 최 대표는 말했다.
5개 서점이 공동으로 전시회를 마련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들은 최씨를 대표로 7월 말 ‘문화를 만들어 가는 서점연대’(약칭 서점연대)라는 작은 모임을 만들었다. “그 동안 개별로 해오던 문화사업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더 적극적인 공동 문화마케팅을 펼치기 위한 것입니다.
‘책이 있는 글터’ 이연호 대표의 제안으로 전시를 준비했고, 각 서점 매장 관리책임자가 모여 좋은 책 기획전을 위한 도서목록 작성도 진행 중입니다. 서점별로 큰 문화행사를 치를 경우 서로 직원을 파견하고, 함께 직원을 교육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중소형서점들이 생존을 위해 손잡자고 한 게 처음은 아니다. 수년 전 공동의 브랜드 아래 전국 중형서점의 체인화까지 거론됐으나 투자자 유치에 실패하면서 무산됐다. 서점마다 이해가 달라 이 방안은 앞으로도 성사되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서점연대의 첫 걸음은 비록 작지만 새로운 서점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자못 기대가 크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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