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이 지면을 통해 어린 시절 단체로 강릉 시내에 영화구경을 간 얘기를 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남대천 가에 동명극장이라고, 그곳의 나이든 어른들은 다 알고 있다.
영화를 보는데 비가 막 왔다. 이게 웬일인가 싶어 더럭 겁이 난 판에, 박정희 대통령이 외국 어느 나라의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월남에 간 우리나라 군인들이 총을 쏘며 전투를 하고 또 어떤 마을에 학교를 지어주는 모습이 나왔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를 이기는 농구경기도 나오고, 전국적으로 실시한 쥐잡기 얘기도 나오고, 얼마 안 있어 ‘끝’자가 나오는 것이었다. 그러잖아도 미리 겁이 났던 판에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는데 바깥은 여전히 푸른 하늘이었고 아무도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아마 두 시간쯤 계단에 쭈그려 앉아 기다렸을 것이다. 그제야 동네 아이들과 선생님이 나오시는데 아마도 내가 본 것은 ‘대한 늬우스’였던가 보다. 그때는 부끄러워 먼저 나왔다는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런 첫 기억 때문인지 지금도 나는 영화관에 가는 일이 서먹하다. 혼자서는 한번도 가본 적이 없고, 돈은 내가 내더라도 누군가 나를 보호자처럼 데리고 가야지만 따라간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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