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ㆍ태 차관보는 28일 베이징 6자 회담 공동성명에 포함된 한반도 비핵화의 범위와 관련, “북한이 한반도에 핵무기의 반입도 허용해선 안 된다는 문장을 공동 성명에 추가하려 했으나 중국이 논의를 종결했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이날 미평화연구소(USIP)가 주최한 강연에서 이같이 말한 뒤 북한이 한국에 대한 미의 핵우산 제공도 철회할 것을 요구했으나 “그것은 불가능하며 한미동맹은 이 회담의 의제가 아니라는 점을 들어 거부했다”고 강조했다.
힐 차관보가 미국의 한반도 내 핵 반입은 한반도 비핵화의 내용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함에 따라 향후 북한의 반발이 예상된다.
남북한은 1992년 1월20일 합의, 서명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제1항에서 “남과 북은 핵무기의 시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비, 사용을 하지 아니한다”고 명기했으나 반입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힐 차관보는 한반도 비핵화 검증 문제와 관련해선 “양자 검증 체제는 거론하지 않고 있으며 국제기준에 맞는 적절한 체제가 돼야 한다”며 “북한이 핵 포기라는 전략적 결정을 했다면 이에 협력적으로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반도 평화체제로의 전환과정에서 일본이 정전 협정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매우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졌다”고 전제, “일본에도 논의 상황을 알려주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해 평화체제 전환 포럼에 일본이 참여할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그는 자신의 방북 가능성에 대해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과 협의가 끝나지 않았다”며 직접 언급을 피했으나 “내달 초 6자 회담 때까지의 기간을 매우 생산적으로 사용하려 한다”며 “오늘 백악관에서 다음 6자 회담에 관해 논의했다”고 말해 북한 행을 배제하지 않았다.
힐 차관보는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에 대한 중국 입장을 묻는 질문에 “다른 5개국 모두가 북한이 HEU 관련 기술, 장비 및 노하우를 사들였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고 말하고 “다만 북한의 HEU 프로그램 진척도에 대해서만 견해차가 있다”고 덧붙였다.
힐 차관보는 6자회담이 결국 실패로 끝났을 경우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는데도 안 된다고 파트너들에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