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주미 대사로 임명된 이태식 전 외교부 차관은 노무현 대통령 임기 후반 한미동맹관계를 관리할 실무형 대사로 평가된다. 한반도 에너지개발기구(KEDO) 사무차장을 지내고, 2002년 2차 북핵 위기 발발 당시 외교부 차관보로 일했던 이 신임 대사가 워싱턴에서 북핵 등 양국 현안을 잘 풀어낼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기대이자 발탁 배경이다.
청와대는 급변하는 한미관계를 관리하는데 외부 인사보다는 외교부 내부 인사가 적격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4강 대사’중 최고위직으로 분류돼 장관급 또는 총리급 인사가 맡아오던 주미 대사에 박건우 당시 외교 차관이 임명된 1994년 이후 11만에 직업 외교관이 발탁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일각에서는 이 대사가 주영 대사 재직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영국 국빈방문을 차질 없이 준비해 노 대통령이 ‘최고의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도 발탁 이유 중 하나로 꼽고 있다.
훤칠한 키에 영국 신사를 연상케 하는 이 대사는 선후배들로부터 신망이 두터운 ‘덕장’이다. 73년 외시 7회로 외교관 생활을 시작한 이 대사는 주미대사관 1등 서기관을 거치면서 대미 관계 실무를 익혔으나, 이후 동남아과장, 통상국장, 이스라엘 대사 등을 지내 ‘엘리트 코스’와는 거리가 먼 듯했다.
하지만 2002년 차관보로 발탁되면서 주영대사, 차관, 장관급인 주미대사 등으로 승승 장구하고 있다. 정치적 풍향에 무심했던 이 대사가 뒤늦게 빛을 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 대사의 아들 성환씨도 외시 33회로 외교부에 들어와 현재 청와대에서 노 대통령의 영어 통역을 담당하고 있어 한미 정상회담 등이 열릴 경우 부자가 나란히 회담에 배석하는 광경을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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